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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추도사] 많은 삶을 산 사람


  • 2025-02-17
  • 346 회

[추도사] 많은 삶을 산 사람


우리가 알 듯, 프랑스와 루루는 우리가 그에 대해 글을 쓰길 원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철저한 투사이기에, 우리가 이렇게 그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하는 걸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없었다면 <노동자투쟁> 그룹도 없었을 것이다. 33년 전 그는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의 기관사와 함께 <노동자의 연단>이라는 현장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 신문은 1987년 5월 1일에 나왔다.


당시엔 이런 활동을 통해 <노동자투쟁> 그룹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단지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했을 뿐이다. 다른 공산주의 활동가들이 똑같이 활동할 수 있도록 고무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장신문 활동이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좋은 생각이라고 확신한 우리 중 소수가 어쨌든 그 활동을 받아들였고, 우리에겐 다행스럽게 프랑스와가 우리를 도울 수 있었다. 그는 좋을 때나 궂을 때나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심지어 그는 LO(노동자투쟁) 멤버로서도 활동해야 했기에 파리와 런던을 계속 오가면서 우리와 함께 활동했다.


프랑스와는 자신한테서 벗어날 기회를 결코 주지 않았다. 그가 1980년대 중반에 LO를 대표해 이곳 정치그룹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영국에 돌아왔을 때, 광부 파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CNT[스페인 무정부주의 노동자단체] 시절부터 알고 있던 오랜 친구이자 동지를 찾아갔다. 그는 당시에 웨일즈 지방의 광부노동자였다. 그들은 인근 항만 노동자들과의 연대파업을 조직하는 데로 나아갔다. 광부들이 자신들의 파업을 스스로 확산시킬 수 없고, 정말로 그들이 ‘당나귀에 이끌리는 사자들’이라는 점[훌륭한 잠재력을 지닌 노동자들이 무능한 지도자들한테 이끌리고 있다는 점]에 그는 절망했다.


그는 입에 골루아즈 담배를 물고, 라벨의 볼레로나 아일랜드 민중가요를 휘파람 불면서 자신이 만나는 낙담한 활동가에게 열정을 불어넣고, 다시 투쟁하도록 고무할 수 있었다. 프랑스와는 우리 모두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 중 누구보다도 영국 노동자계급의 정치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도와 남한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남아공과 중국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다가 아니다. 수학과 과학에 대해서도 그리고 음악과 예술 등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는 모두가 문화를 가능한 한 많이 향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리 모두의 컴퓨터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주고 프로그램을 다시 깔아줬다!


프랑스와는 우리의 무지, 고집, 편견에 맞서 끝없이 싸웠다. 그 덕분에 이미 맑스, 레닌, 트로츠키를 알고 있다고 자처한 우리는 그들 모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마치 그들을 처음 만난 것처럼 말이다. 그가 쏟은 엄청난 에너지를 우리가 과연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종종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는 온갖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1분도 낭비하지 않았다. 지금 다시 되돌아보면, 그의 지도 덕에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정치 저작들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는 2020년 6월 10일에 포드 대거넘 공장 현장신문 1면 마지막 사설을 썼다. 이 사설은 미국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로 촉발된 운동을 다뤘다. 마지막 두 문단은 이렇다.


“미국에서든 영국에서든 투쟁이 일어나야 한다. 인종차별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를 분열시키면서 통제하는 계급 질서를 없애기 위해서도 말이다.

물론, 사장들과 그들의 낡아빠진 체제를 감염시키는 탐욕 바이러스의 유일한 궁극적 치료제는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이 사회 변화를 오늘날 많은 미국 시위대가 얘기하고 있다. 그들은 격분에 차서 사회를 바꾸자고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개선할 방법은 정말 없다. 그건 되풀이해서 시도했지만,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에서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허망하게 끝났다. 이 체제는 철폐해야 한다.”


프랑스와는 자신의 투쟁 에너지를 마지막까지 다 썼다. 그는 많은 삶을 산 사람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그를 우리 곁에 둔 건 행운이었다.(1947년 3월 11일 – 2020년 6월 25일)


출처: 영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워커스파이트 <계급투쟁> 2020년 겨울호

<노동자투쟁>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