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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기업의 이익 추구가 낳은 “분유 공급 대란”


  • 2025-02-23
  • 333 회

미국에서 유아용 분유가 매우 부족해 가족들이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7월부터 분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현재 미국 내 유아용 분유 비축량은 평소의 44%밖에 안 된다. 정말 재앙이다.


이 위기에 직면해 부모들은 몇 시간이나 운전하며 가게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가게의 선반은 이미 텅 비어 있다. 분유 한두 캔을 사기 위해 다른 주에도 가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가고 있다. 아기들에게 분유 대신 오트밀과 과일을 먹이기 위해 급식 튜브를 사용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런 상황은 올해 2월 유아용 분유 리콜 사태로 미시간주 스터지스에 있는 애벗(미국 최대 분유 공급업체)의 유일한 분유 제품 생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촉발됐다.


이 공장에선 오랜 기간 위생·안전 문제가 있었다.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조사 결과,  낡아서 고장날 가능성이 높은 분유 건조 기계와 장갑을 끼지 않은(낄 수 없었던) 노동자들, 위조된 안전 기록, 공장 내 오염수 웅덩이 및 분유에서 번식하는 위험한 박테리아 흔적이 발견됐다. 그러나 공장은 계속 가동됐다.


애벗의 내부고발자가 2021년 10월에 고발했지만, FDA는 2022년 2월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애벗 분유 안의 치명적인 박테리아 때문에 네 명의 아기가 입원하고 두 명의 아기가 사망했다는 것이 확인된 다음에야 FDA는 리콜을 발표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 공장을 폐쇄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심각한 전국적 분유 대란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미드 존슨, 네슬레, 애벗 등 세 회사가 유아용 분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분유의 98%를 이 세 회사가 판매했다. 특히 애벗은 전체 시장의 43%라는 거대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 부모들은 대다수 유럽 부모들보다 유아용 분유를 구매하는 데에 갑절의 돈을 지불한다.


이 회사들이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뒤를 봐주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노동계급 가족을 위한 영양 보충 프로그램인 WIC를 통해 이 세 회사에 전체 분유 판매량의 50% 이상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WIC는 각 주마다 하나의 기업으로부터 분유를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덕분에 애벗은 34개 이상의 주에서 WIC와 계약을 체결해 공급을 독점할 수 있었다. 다른 분유 회사들도 각 주에서 한 회사가 독점권을 쥐는 것에 동의하기에, WIC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주에서는 종종 판매조차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자본주의 체제가 수백만 노동계급 가정이 직면하고 있는 분유 대란을 확실하게 야기해 왔다. 이 회사들의 목적은 건강하고 안전한 분유를 충분히 공급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그저 돈을 벌려고 할 뿐이다. 규제 당국과 정치인들 모두가 이 카르텔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수의 노동계급 부모들과 그 아기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2년 5월 23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