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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러시아 - 전쟁과 민간인


  • 2025-02-23
  • 327 회

{이 기사는 원래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 그룹 LO(Lutte Ouvrière)의 6월 17일 신문 기사인데, 스파크가 영어로 옮겼고, 우리가 이를 다시 한글로 번역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곳에는 옮긴이 주를 [    ] 안에 넣었다.}


러시아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된 여러 구 소련 공화국들의 연합체) 출신 비러시아인 은퇴 노동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조건을 수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퇴직자들은 이민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모국이 러시아와 특정한 협정을 맺은 경우를 제외하면, 그들은 이제 러시아에서 연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


여전히   러시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CIS 소속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 삼아 크렘린으로부터 거리를 뒀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모스크바는 러시아에서 일하는 해당 국가 국민을 공격했다.


러시아의 통치자들은 이 개혁을 통해 정치·외교적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도 꾀하고 있다. 연금 조건을 수정하면 러시아의 예산을 2억 2천만 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법률 수정은 분명히 사회적 차원에서도 푸틴에게 가장 중요하다. 세계에 널리 퍼져 있고, 심지어 이전에 소련에 함께 속해 있던 인근 국가에도 존재하는 적대감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고,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을 설득하고 싶어 한다. 


크렘린은 “국수주의” 카드를 빼들어, 러시아 국민이 정부와 부유한 엘리트에 반감을 가질 만한 모든 요인을 잊어버리길 원한다. 부자들은 지금 여권이나 출신에 따라 노동자들을 갈라치는 데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이주 노동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시베리아, 극동 지방, 유전 인근 등의 지역에서는 몇 가지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


표트르 대제 … 그리고 적은 급여


푸틴은 러시아 제국 초대 황제였던 표트르 대제의 탄생 350주년 기념식에서 그를 찬양했다. 특히 그가 스웨덴을 상대로 군사적 승리를 거둔 것을 높이 평가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그의 ‘특수 작전’이 대중에게 지지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현지 언론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러시아군 명단을 게재하는 것을 막았겠는가? 아마 이 보도는 군대의 인명 손실이라는 기밀을 들춰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이런 손실이 매우 크다는 국가 기밀을 지키는 것은 푸틴에게 매우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가 없더라도 모두가 러시아군의 피해 상황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된 다음 러시아 물가가 폭등하는 것을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은 어떤 검열로도 막을 수 없다. 식품과 생필품 가격은 30~50% 증가했다. 러시아 요거트와 세탁 세제의 경우엔 70% 이상 폭등했다. 반면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실업 때문에 임금이 낮아지고 있다.

 

산업계 방면에선, 자동차 공장들이 전면 휴업하거나 부분 휴업하고 있다. ‘아브토바즈’는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의 전 자회사로, 르노는 아브토바즈 주식을 앞으로 환매할 수 있는 옵션을 설정한 채, 러시아 정부에 아브토바즈를 1유로에 매각했다.[러시아에서 자국 내 해외 기업에 대한 국유화 인수 조치 법안이 통과되자, 르노는 5월에 자회사 아브토바즈의 지분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결정했다. 현지법인 매각으로 르노는 큰 손실을 봤지만, 르노 CEO는 이 선택이 현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결단이었다고 발표했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 3분의 1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더는 주력 SUV 차종 ‘더스터’를 출시할 수 없게 됐으며, ABS(잠김 방지 제동장치)나 내장 컴퓨터 등이 없는 타 모델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장비가 부족해도 아브토바즈는 20년도 더 전에 단종했던 구형 ‘모스크비치’ 차종을 재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차량 생산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차종이 기술적으로 너무 구시대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기업의 선언과 국수주의적 허세가 모스크바와 공장 도시 톨리야티에서 해고된 노동자·기술자 수만 명의 일자리와 임금을 되돌려줄 수는 없다.


자동차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이전 수준의 급여와 실업 수당을 계속 지급하고는 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그럴 수 있겠는가? 이미 일부 노동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했다. 대도시에서 집세를 더 이상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시골로 이주했다.[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자동차 업계에서 “탈러시아” 행렬이 이어져, 자동차 노동자들의 직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방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은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120마일 떨어진 칼루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칼루가에 있던 폭스바겐 공장이 멈춰 섰다. 회사에서 실업 수당을 지급하긴 했지만, ‘독립’ 노조 MPRA에 따르면, 이 공장은 올해 어떤 생산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 폭스바겐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50마일 떨어진 니즈니 노브고로드 중심부에 있는 ‘가즈’(GAZ, 폭스바겐과 차량 생산 계약을 맺은 러시아 업체)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사람에게는 5~6개월 치의 급여를 주고 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아브토토르(BMW 자동차 부품조립회사) 공장이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고작 2주밖에 가동되지 못했다. 이 공장에서는 구형 모델의 예비 부품을 생산한다. [올 여름에 공장이 가동될지,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을지 등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경영진은 노동자들에게 이번 여름에 감자와 베리 열매 수확을 보상책으로 제안했다!


모스크바의 건설업계에서는 원래 중앙아시아와 캅카스[아시아 서북부 산악지역] 출신 노동자를 많이 고용했다. 지금은 건설 현장에서 점점 더 많은 "백인" 얼굴이 보인다. 러시아 내에서 옮겨온 이주자들이다. 고향에서 일자리를 빼앗긴 그들은 수도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하고 있다.


서방 제재의 또 다른 영향으로, 레닌그라드 주의 티흐빈에서는 화물 기차 제조 공장이 베어링 부품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물자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화차 공장은 군용 생산을 위한 공장으로 장비가 교체될 것이다.[민간 공장을 군용 공장으로 개조해 공장 입장에선 가동률을 높이고, 군의 입장에선 군수품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당국은 이런 해결책을 자주 제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물적 손실을 고려해봤을 때, 무기체계 생산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된다. 


미지급된 임금… 그리고 항의


또한, 기업들이 급여를 지급하지 않거나 오랜 지연 끝에 임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6월 초부터 '저항 행위', 즉 파업이 증가한 듯하다.


2월 말 계엄령 같은 조치가 선포되면서 러시아에서 공개 발표된 파업 건수는 급감했다. 그러나 6월 1~3일 동안은 3월 전체에 발생한 파업 건수만큼이나 많은 파업이 있었다. 시위를 포함해 가장 중요한 파업 중 하나는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의 한 광산 회사에서 일어났다.[G7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금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전쟁 이후 시작된 전 세계적 러시아 산업 제재를 광산업계 역시 피해가진 못했다.]


몇 가지 예에서 알 수 있듯, 불만은 군대 안에도 존재한다. 루간스크 인민공화국군에 입대했던 돈바스 출신 광부, 교사 등 수십 명의 노동자를 보여주는 영상이 돌고 있다. 그들은 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으며 그들의 지역 밖으로 나가 싸우기를 거절했다.[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은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친러 시위대가 독립을 선언하며 세워진 미승인 주권 국가로,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지속적 내전을 치러온 분쟁지역이다.] 그 가족들은 공개적으로 그들을 지지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참전한 이들 중 절반가량이 다른 전선에 배치받기 위해 재징집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시골 지역에도, 대도시에도 "전쟁 반대!"라는 구호와 낙서가 벽을 수놓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수천 명의 시위대를 중징계하고 이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푸틴 일당이 모두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분명히 실패했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2년 6월 17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