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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글로보* 또는 딜리버리 히어로**, 새로운 유죄 판결


  • 2025-09-18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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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보, 스페인의 대표적인 배달 플랫폼(옮긴이)]

[**딜리버리 히어로, 글로보의 모회사(옮긴이)]


{이 글은 스페인 혁명적 노동자 조직 <보스 오브레라(VOZ OBRERA, ‘노동자의 목소리’란 뜻)>의 2025년 7월 2일자 월간신문의 기사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   ] 안에 옮긴이 주를 달기도 했다. 딜리버리 히어로는 독일음식 배달플랫폼인데, ‘배민’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이는 스페인 노동자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문제가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잘 시사해 준다.(옮긴이)}


글로보(Glovo)가 그동안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왔던 3,572명의 배달원들, 즉 "가짜 자영업자들"을 직원으로 인정하라고 최근에 바르셀로나 법원이 판결했다. 조사는 겨우 2016년부터 2018년까지에 대해서만 이뤄졌으나, 이 판결이 확정되면(항소가 가능하긴 함) 글로보는 최소한 3,572명 노동자의 사회보험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사실 글로보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글로보는 자체적인 사업 조직을 갖추지 못한 배달원들을 활용하는데, 이들을 회사 내부로 ‘편입’했다고 할 수 있으며, 가격과 지불 방식까지 결정한다. 이에 대법원은 이전에도 “배송 및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비스 제공의 핵심 조건들을 정하고, 해당 업무에 필요한 핵심 자산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글로보 측은 노동자들과 ‘고용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치 추적 시스템(GPS)으로 배달원들을 통제하고, 서비스 수행 방법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했으며, 고객을 위해 대신 구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최대 100유로[약 16만 원]까지 선불로 지급하기도 했다.[가령, 고객이 앱으로 장을 볼 목록을 보내면, 배달원이 슈퍼마켓에서 고객 대신 물품을 구매하는데, 글로보가 배달원에게 최대 100유로까지 미리 돈을 주고 나중에 고객이 결제한 것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법원은 이를 글로보가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근거로 봤다.]


또한, 회사가 선호하는 시간대에 성실히 근무하는 배달원들을 더 좋은 근무 시간대에 배치해, 전체 배달원들의 근무 패턴을 '조정'하기도 했다. 회사 국제사업부 부사장인 아르나우 코르테스는 배달원들이 가짜 자영업자 모델을 원하기에 회사가 그에 따랐다고 변호했다. 너무도 뻔뻔하다!


따라서 글로보가 유죄 판결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동부는 감독 업무를 통해 이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떻게 법을 회피하며 계속해서 위반해 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글로보의 법규 위반과 미납 벌금 목록은 매우 길다.


그리고 이런 판결에 대해 글로보는 최근 몇 달간 "과도기 운영을 위해 외부 업체를 활용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활동을 유지하면서, 노동 모델, 운영상 변화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제3의 업체들을 이용했는데, 이는 업계에서 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들이 이런 제3의 업체들을 글로보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 아닌가, 그리고 2006년 임금표를 사용해 노동자가 최저임금만 받게 한 것 아닌가라고 고발할 때는 답변을 회피한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인 사회당 살바도르 일라는 이런 연이은 법규 위반 상황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는 글로보의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해 "바르셀로나는 글로보 같은 기업들을 원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업 구조를 법규에 맞추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살짝 덧붙였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3,000명의 사무직 직원(그중 절반은 바르셀로나에 근무)과 스페인 내 약 15,000명의 배달원,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250,000명의 배달원을 둔 글로보는 23개국 1,800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회사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정치인들이나 임시방편적인 법률이 아니다. 국제적 차원의 거대한 노동력만이 글로버를 굴복시킬 수 있다. 이 점은 분명하다. 글로보 노동자들이 깨닫는다면, 그들의 단결된 힘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없다면 모든 이익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 2025년 9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