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제국주의가 만든 피의 덫에 걸린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 2025-02-27
  • 348 회

중동은 부르주아지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받는 세계의 초상, 즉 거대한 불구덩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이어, 전쟁이 다시 한 번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를 휩쓸고 있으며, 이 지역 전체가 새로운 불길로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세기에 제국주의 열강이 주도권을 쥐려고 국경을 그어 세계를 분할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중동은 석유가 풍부했기에 그들에게 온갖 탐욕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해서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 이민자들은 전쟁터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성장해가던 미국한테 도전받는 영국의 통치를 받으며 살았다. 유대인 이민자들은 반유대인 학살을 피하거나, 학살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이 지역에 온 사람들이었다.


두 민족 모두를 위한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수호자라고 자처한 자들은 이런 공존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자기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한 민족을 다른 민족과 대결시켰다.


1948년, 미국은 이스라엘이라는 유대인 국가의 수립을 지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한꺼번에 쫓겨나 과밀 수용소에서 평생 난민이 되거나 이스라엘의 2등 시민으로 전락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이 감옥의 간수가 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땅을 빼앗기고 집에서 쫓겨나 가자 지구라는 ‘지붕 없는 감옥’에 갇혔다.  가자 지구의 200만 주민은 봉쇄 때문에 집단적으로 처벌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스라엘 군이 건물을 폭격하지 않은 상황이라 해도, 봉쇄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생활 조건을 강요했다. 이 정책은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두 진영 모두에서 민족주의 정책은 가장 극단적인 경향이 권력을 잡도록 도왔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현재 종교적, 인종적으로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과 함께 통치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서안지구 식민지화를 강화하고, 극단적 인종차별 조치를 늘렸으며, 극우 민병대가 팔레스타인인을 테러하도록 부추겼다.


이런 국가 테러에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정책으로 맞섰다. 이 정책은 이스라엘 민간인의 생명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다시 한 번 폭격의 생지옥에 처한 자신들의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의 생명도 경시하는 것이다. 하마스의 권력은 독재적이기에 팔레스타인인들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마스가 많은 팔레스타인인을 결집시킨 것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반란에서 출구를 제시하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타냐후와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정책은 두 민족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간극을 넓힐 뿐이다.


가장 온건한 민족주의부터 가장 극단적인 민족주의까지 75년간 이어진 양측의 민족주의 정책은 현재의 끔찍한 상황을 초래했다. 이는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민족은 안전할 수도, 자유를 누릴 수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조성된 전쟁 분위기와 강대국 지도자들의 호전적 수사 때문에 최악의 민족주의자들이 부추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제르바이잔,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알바니아인과 세르비아인이 대치하고 있는 코소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 맞서 우리는 언어가 다르고, 관습과 종교가 달라도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주장해야 한다. 지난 세기에도 종종 그렇게 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지배자들, 특히 민족을 서로 대립시키는 제국주의 부르주아지에 맞서 싸워야 한다. 분할 통치는 지배 정책의 기초다. 거기에 따라가면 안 된다!


이런 분열은 민중에게도 노동자에게도 이익이 안 된다. 그들은 모두 평화롭게 살려는 동일한 열망을 갖고 있다. 그들은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공통점은 모두 노동하고, 착취당한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의 지배자들은 착취 과정에서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데, 그들이 우리를 분열시키지 못하게 만들자!


여기처럼 어디에서나 지배자와 대립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하마스의 정책과 같게 여기거나 이스라엘인들을 네타냐후나 식민 통치자들의 정책과 같게 여기는 것은 프랑스인들을 마크롱 편이라고 분류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노동자와 이스라엘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공동 이익을 다시 자각해야 한다. 이런 계급적 우애를 통해서만 수십 년간의 대결로 쌓인 증오를 극복할 원동력을 만들 수 있다.


출처: 프랑스 혁명적노동자조직 LO(노동자투쟁) 현장신문 1면 사설, 2023년 10월 9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