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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미국자동차노조 파업: 단체협상 – 노동자들에게 채워진 족쇄


  • 2025-02-27
  • 340 회

{이 글은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 그룹의 9월 24일 공개토론회에서 개리 왈코비츠가 발표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발표 내용 전체를 담은 영상은 스파크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옮긴이의 주석은 [   ] 안에 담았다.}


9월 15일, 미국자동차노조(UAW) 지도부는 빅3 자동차회사인 포드, GM,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 지프,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등을 소유한 다국적 자동차기업이다.]를 상대로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각 회사의 조립 공장 한 곳씩에서 작업 중단에 돌입했다. 일주일 후, 노조 지도부는 조립 공장이나 부품 공장에서는 파업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았다. 대신 차량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GM과 스텔란티스의 부품 물류센터에서만 파업하자고 했다.

오늘날 UAW 소속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사측에 맞서 싸워야할 이유가 많다. 우리는 투쟁해야 할 것이 많다. … 그동안 많은 것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은 괜찮았다. 부모세대가 누렸던 것보다 더 나은 삶을 누렸고, 자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점거파업을 비롯한 수많은 파업을 벌여 이를 쟁취할 수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자본가들은 군사력 및 경제력 측면에서 세계 선두에 섰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했을 때 사측은 조금 양보했다.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다른 산업 노동자들도 이끌었다. 자동차 산업의 임금이 높아, 사람들은 빅3 기업에 취직하길 원했다. 일은 힘들었지만, 적어도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은 어느 정도 견딜 만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수십 년간의 양보 끝에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은 크게 퇴보했다. 장기근속 노동자의 생활수준은 크게 뒤처져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자동차 산업 노동자의 시간당 실질임금은 30%나 하락했다. 2007년 이후에 고용된 2등급(second-tier) 노동자는 초봉을 절반 정도만 받으며, 복지 혜택도 적고 연금은 못 받는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많은 신규 노동자는 생존하기 위해 부업을 해야만 한다. 자동차 산업의 임금이 얼마나 하락했는지는 충격적이다. 그리고 일자리와 노동조건이라는 두 측면에서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훨씬 더 많이 빼앗겼다.


되찾기 위한 요구


올해 사측과 협상하기 시작하면서 UAW의 새 지도부는 빼앗긴 것을 되찾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협 기간 동안[4년간]의 임금을 46% 인상하고 생활비-임금 연동제(COLA)를 부활하라는 등 금전적 요구를 협상안에 넣었다. UAW 지도자들은 모든 노동자가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이중임금제와 임시직 제도 철폐를 요구했다. 또한 전체 노동자 중 60%가 넘는 연금 미보장 노동자를 위해 연금과 퇴직자 건강보험을 요구했다. 그리고 연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도 더 많은 연금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물론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이런 요구를 하나도 빠짐없이 받을 자격이 있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야 한다. 이 요구들은 우리가 빼앗긴 것을 다 보상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한테 빼앗은 돈의 일부가 매리 배라[GM의 최고경영자로 재직 시기 공장 폐쇄와 노동자 14,000명 해고를 단행했다.]나 짐 팔리[포드의 최고경영자]와 같은 경영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지금 매년 2천만 달러[약 270억 원] 이상을 받는다. 그들의 연봉은 40% 올랐다. 그러나 우리한테 빼앗아간 돈의 대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 배후세력, 즉 자동차 기업을 소유한 월스트리트의 자본가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우리의 노동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대기업과 월스트리트가 소유한 언론은 노조 지도부의 요구에 대해 길길이 날뛰며 거짓말을 내뱉는다.


기업엔 돈이 있다


도이체방크의 보다 현실적인 추산에 따르면 UAW의 요구를 전부 이행할 경우 연간 약 50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포드만 해도 올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그만큼 지급했다. GM은 주주들에게 140억 달러 이상을 자사주 매입으로 보장했다. 그들에겐 돈이 아주 많다. 빅3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2,5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노동자들이 그 돈을 더 많이 받고 주주들이 덜 받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우리는 그걸 받을 자격이 있다. 그건 우리 돈이어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과 피와 땀이 그 한 푼 한 푼의 이윤을 만들어냈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에 쓰인 한 푼 한 푼의 돈도 마찬가지다.

이번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기업들이 약간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인상폭이 크다 해도 임금인상만으로는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임금 인상은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빼앗긴 수십만 개의 일자리라는 가장 큰 피해를 보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일자리가 없거나 여러분 자녀가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얻더라도 우리 일자리만 못한 일자리라면 임금 인상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자동차 회사의 사장들은 더 부유해지는데 노동자들은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사측이 일자리를 줄이고 더 적은 노동자에게 더 많은 일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빼앗긴 일자리


1979년에는 GM에만 45만 명의 UAW 소속 노동자가 있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까지 합치면 빅3의 조합원은 거의 100만 명에 달했다. 오늘날 세 회사의 UAW 노동자는 모두 합쳐 14만 5천 명밖에 안 된다. 그 많던 일자리는 전부 어디로 갔을까? 많은 일자리가 노동강도 강화 때문에 사라졌다.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외주화로 사라졌다. 포드, GM, 크라이슬러의 UAW 조합원들은 자동차와 트럭에 들어가는 많은 부품을 만들었다. 그러자 빅3는 자회사를 설립해 작업을 외주화하고 부품공장을 델파이, 비스테온, 어큐스타 등으로 분사시켰다. 이후 자회사를 해체하고 다른 회사나 부품 공급업체로 업무를 넘겼다. 업무가 넘어갈 때마다 노동자들은 돈을 점점 더 적게 받았다. 그것이 사측의 목표였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에는 수십만 노동자가 이런 부품업체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이들은 모두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미시간 주에만 빅3에 속하지 않은 자동차 부품업체 공장이 천여 곳에 달한다. 이들 상당수는 과거에 포드, GM, 크라이슬러 노동자들이 만들었던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저임금 노동자는 자동차 산업의 3, 4, 5등급 노동자에 속한다.

그리고 오늘날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대놓고 더 많은 일자리를 없앨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은 기존 자동차 산업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임금을 훨씬 적게 받고 있다. UAW 지도부가 오하이오의 GM이 합작 설립한 배터리 공장에서 임금 인상을 협상했는데도 이곳 노동자들은 여전히 GM 정규직에 비해 시간당 12달러 적게 받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다음 단계의 일자리 외주화와 더 낮은 임노동 계층의 탄생을 보고 있다.

전기차 전환 외에도 자동차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빅3 자동차 기업들은 앞으로 트럭, SUV, 고급 차량 등 고가의 차량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명확히 했다. 예를 들어 포드는 거의 모든 자동차 생산 라인의 건설을 중단할 계획이다. 포드의 최고경영자 짐 팔리는 자동차를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 적어질 미래를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계획하는 미래에는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자동차를 살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들어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우리를 희생시켜 자기 이윤을 훨씬 더 늘리려 한다. 이것이 그들이 우리를 위해 계획하는 미래다.


노동조건이 더 나빠졌다

 

자동차 회사들이 수익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공장에 끔찍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것이다. 자동차 공장의 일이 쉬웠던 적은 없다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상황은 훨씬 더 나빠졌다. 매년 사측은 일자리를 없애고 남은 노동자들에게 일을 떠넘긴다. 이것이 소위 ‘생산성 강화’의 실체다. 오늘날 모든 노동자는 2-4인분의 일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더 강도 높게 일하고, 더 적게 쉰다. 작업 속도는 빨라지고 휴식 시간은 줄어들면서 매일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탈진 상태로 집에 돌아간다. 결국 자동차 노동자들은 손목 터널 증후군 등 반복 동작에 따른 부상, 회전근개 수술이 필요한 어깨, 무릎 손상 등 몸이 망가진 채로 퇴근한다.

또한 사측은 자동차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10.7시간, 12시간씩 일하게 하는 상식 밖의 근무 일정을 도입해 이윤을 늘리고 있다. 이들 회사에는 한 번에 몇달씩 주 6-7일 초과 근무를 강요받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같은 주에 주/야간 근무를 반복하는 교대 근무를 강요받는 이들도 있다. 고된 노동과 빡빡한 일정에 시달리다 보면 수명이 수년이나 단축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에 돈이 더 많이 가도록 우리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적절한 생활수준을 보장해줄 임금이 필요하다. 우리를 불구로 만들거나 탈진시키지 않는 적절한 노동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일자리를 얻고 이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일자리가 없다. 자동차 회사들이 UAW 지도부의 금전적 요구를 들어준다 해도 공장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거나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기는 어렵다.

일자리 상실, 끔찍한 노동조건, 임금 삭감 등은 모두 자동차 산업 노동자와 노조가 사측에 맞선 전쟁에서 저항하지 않은 결과다. 1976년부터 2019년까지 UAW는 자동차 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파업을 단 한 번도 벌이지 않았다.


투쟁은 시작됐다


2019년 UAW 지도부는 43년 만에 처음으로 GM에 맞선 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한 회사에 그쳤다. 현재 UAW의 새 지도부는 세 회사 모두에서 파업하자고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전체 UAW 노동자 145,000명 중 약 25,000명만이 파업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2019년보다 더 적은 수의 자동차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업에 동원된 자동차 노동자들은 UAW 지도부가 자동차 회사로부터 돈을 더 받기 위한 협상 도구나 위협 전술로 이용됐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분명히 이전보다 더 많은 힘을 갖고 있다.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임금을 좀 더 받는 것 이상을 위해 싸울 수 있다. 그들은 더 많은 일자리, 더 나은 노동 조건, 더 나은 생활수준을 요구하며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UAW 지도부나 새 지도부가 제안한 것과는 전혀 다른 투쟁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빅3의 UAW 노동자들이 혼자서는 원하는 것을 쟁취해낼 수 없다고 말한다. 맞다. 우리 홀로는 쟁취할 수 없다. UAW 노동자들이 따로따로 싸울 필요가 없다. 우선, 우리 중 몇 명이 아니라 145,000명의 포드, GM, 스텔란티스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

그리고 훨씬 더 낮은 임금과 더 가혹한 착취에 시달리는 수십만 자동차 부품산업 노동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할 각자의 이유가 있는 무노조 자동차 회사들의 노동자도 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 일자리 하나당 철강, 고무, 플라스틱, 운송 등 관련 직종의 6개 일자리가 있다.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노동자 계급은 모든 공장과 현장에서 싸울 힘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공장 안팎과 거리 등 모든 곳에서 싸울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투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1936년, 37년, 45년에 자동차 산업 노동자 파업은 노동자계급 전체로 확산됐다. 다른 노동자들도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투쟁을 전개하며 자동차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그래서 이런 파업은 성과를 많이 거뒀다.

이번에 우리는 멈출 이유가 없다.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 2023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