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폭풍이 발생하자, 리비아 도시 데르나에서 두 댐이 무너졌다. 쓰나미가 모든 지역을 덮치면서 사람들을 바다로 쓸어가 버렸다. 최소 11,000명이 죽고 10,000명 이상이 실종됐다. 도시 상하수도 시설이 파괴되고, 수천 구의 시체가 수습되지 않아 생존자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댐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거듭 예고됐다. 지난해에 한 기술공학자가 데르나 사람들이 ‘홍수에 극도로 취약’하고, 1970년대에 지어진 댐들은 붕괴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1986년에 홍수가 이 댐들을 손상시켰다. 1998년 리비아 정부 연구는 댐들에 균열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2010년에 터키 회사는 댐들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이 완결됐다면, 아마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리작업 개시 4개월 만에 전투가 벌어져 리비아 정부가 전복됐고 수리작업은 영구히 중단됐다.
이 재앙은 확실히 데르나를 통치하고 있지만 경고를 무시하고 수리작업을 재개하지 않은 군벌에게 잘못이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을 필두로 주요 제국주의 나라가 수십 년 동안 리비아 민중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이기도 하다.
1967년 무아마르 가다피가 리비아 정부 수반이 됐다. 그는 제국주의 지배로부터 독립성을 좀 더 추구하는 민족주의당을 이끌었다. 이를 위해선 민중의 지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당은 학교와 의료시설을 세우고, 전기를 무료로 공급하며, 다른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 국가의 석유자원을 조금 활용했다. 데르나 근처에 댐들을 건설한 것도 이 정책의 일환이었다. 리비아는 비록 매우 억압적이긴 했지만, 기대수명이 제일 길 정도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에 속했다.
이처럼 다소 독립적인 태도를 취했기에, 미국은 거듭해서 리비아를 압박했다. 1980년대에 미군은 리비아를 폭격했고, 1990년대에는 가다피의 세속 권력에 맞서는 이슬람 반군을 지지했다. 우파 성향의 미국 카토 연구소[공화당 계열의 싱크탱크]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 미국은 리비아를 “길들였다.” 하지만 리비아는 여전히 그 지역의 다른 나라 대부분처럼 미국이 꽤 직접적으로 지배할 수는 없는 나라였다. 가다피 정부에 맞선 반란이 시작된 2011년에, 미국과 나토 강국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은 리비아를 폭격해, 가다피 정부에 반대하는 다양한 리비아 반군을 지원했고 정부 전복을 도왔다.
리비아는 여러 경쟁세력의 혼란스런 내전 상태로 빠르게 치달아갔다. 낡은 군벌, 지방 정부와 부족 지도자들, ISIS 같은 이슬람근본주의자들. 각 세력은 자기 땅을 좀 더 많이 차지하려고 다퉈왔다.
그리고 2011년부터 리비아가 무너지자 여러 강대국이 독수리처럼 리비아를 맴돌며 시체를 뜯어먹으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각국은 자국 석유회사가 리비아 석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고, 아마도 이 전략적 지역에 한두 개의 군사기지를 마련할 길도 찾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부패한 리비아 군벌에게 석유 계약, 무기, 용병, 정치적 지원을 제공한다.
2016년부터 리비아는 경쟁하는 두 정부가 분할통치하고 있다. 두 정부는 각각 구 정부 기구의 일부에 충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수도 트리폴리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탈리아, 카타르, 터키가 지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리비아 동부에 기반을 두고 있고, 데르나와 벵가지를 통치하며, 프랑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러시아 그리고 궁극적인 제국주의 중재자로 우뚝 서 있는 미국이 지지하고 있다. 양측은 오랜 내전을 치렀고 마침내 2020년 10월 휴전했지만, 양측과 외국 지원자들은 서로를 계속 적대시하고 있다.
따라서 리비아는 외국의 지원을 받는 부패한 군벌들의 땅이 됐고, 각 무장그룹은 리비아 석유를 손에 넣을 방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부’도 댐을 비롯해 가다피 정부 초기에 세워졌던 사회 인프라 시설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따라서 데르나 홍수 참사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이끌어온 수십 년 동안의 제국주의 정책이 낳은 예견된 참사였다. 미 제국주의는 리비아와 그 석유자원을 지배하려고만 할 뿐, 리비아 민중이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선 관심이 전혀 없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3년 9월 18일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6호, 2023년 10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