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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LA: 노동자들이 거대 기업에 맞서다


  • 2025-02-27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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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부로 계약이 만료된 LA 지역 호텔 노동자들이 7월 초부터 LA의 호텔 수십 곳에서 연쇄 파업을 벌여 왔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60개 남짓 호텔에서 일하는 노동자 1만 5천명을 대표하는 UNITE-HERE 11지부는 지금까지 여러 호텔에서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는 3-5일 정도의 파업을 네 차례 조직했다.


노동자들은 더 나은 임금과 복리후생 외에도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3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때 호텔들은 직원을 대폭 감축했지만, 호텔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이전의 고용 수준을 회복하지 않았다. 비버리 힐즈의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컨시어지(투숙객의 여행 및 숙박 관련 잡무를 총괄하는 직원)로 일하는 알랭 켐플은 팬데믹 이전에는 호텔에 개인 컨시어지가 27명이었지만 지금은 6명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저는 5인분의 일을 합니다. … 하지만 임금은 1인분만 받죠."라고 말했다.


노동자에게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임금이 LA 지역 생활비, 특히 주거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텔 노동자 상당수가 부업을 하고 있으며, 직장 근처에서 살 여유가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1지부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 부담 때문에 LA 외곽으로 이주했거나 곧 이주할 계획이라고 했다. 많은 노동자가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고, 일부는 직장에서 약 17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생활비는 지금 LA에서 파업하고 있는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문제다. 그들은 영화 제작사 및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는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작가와 배우들이다. 3개월 넘게 파업하고 있는 작가들과 약 한 달 전부터 파업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배우들 역시 사측이 기술 변화를 이용해 작가와 연기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줄여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기존의 출연료/원고료에 더해 재방송료를 지급하던 임금제도가 OTT 중심의 방송 환경에서는 맞지 않는 점, 인공지능과 CG 기술 도입으로 각본가와 단역 배우의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점을 들어 파업에 나섰다.(옮긴이)]


사측은 높은 생활비를 무기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어느 영화산업 중역은 뉴스 웹사이트 ‘데드라인’에 "노조원들이 아파트와 집을 잃을 때까지 사태를 끌고 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호텔과 영화 산업 노동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들의 적이 매우 거대하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대기업 간의 인수합병으로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거대 기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2019년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한 디즈니는 지난해 전년 대비 23% 증가한 8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NBC유니버셜을 소유한 컴캐스트는 1,210억 달러의 현금유입을 기록했다. 파업 중인 노동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호텔 44개의 뒤에는 메리엇, 힐튼, 쉐라톤 등 대형 호텔 체인과 대형 부동산 회사, 사모펀드 등 거대 자본이 있다.

 

임금은 낮고, 주거비는 높아 노동자들이 살아갈 수 없다. 이번 LA 파업은 더 많은 노동자가 힘을 모으기 위한 더 큰 투쟁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산업계 한두 곳이 아닌 자본가 계급 전체가 노동계급의 생계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동조합 상층부는 한 번에 한 기업만을 상대로 싸울 것을 주장하며, 투쟁을 좁은 틀에 가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을 불문하고 모든 힘을 하나로 모으면 노동자계급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3년 8월 21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