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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마르크스
국제
 

“테러리스트냐 아니냐”: 말의 전쟁과 정치적 협박


  • 2025-02-27
  • 3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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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한겨레)


모든 TV, 라디오 방송에서 같은 질문이 나온다. “하마스를 테러리스트 조직이라고 보는가?” 그러나 이 질문은 겉보기와 달리, 하마스한테 살해당한 희생자들에 대해 인터뷰 대상자들이 얼마나 연대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묻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그들에 복무하는 언론인들은 이런 희생자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 희생자들을 이용해 모든 사람이 군말 없이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의 편을 들도록 강요한다.


하마스처럼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살해하는 것은 야만적이며 팔레스타인의 대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자지구 주민 200만 명을 인질로 만들고 이스라엘 폭격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가증스런 행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진전시키기는커녕 다른 사람들, 특히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스라엘 지배자 편으로 더 쏠리게 할 뿐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려고 죽음의 씨앗을 뿌리면서 결코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라도,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가와 같은 무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훨씬 더 큰 무기를 사용한다. 이스라엘은 수년 동안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공범자 역할을 하는 강대국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이와 민간인 수백 명을 죽이고 병원과 학교를 파괴했다. 그런데도 국제기구는 이스라엘군을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누가 테러리스트이고 누가 테러리스트가 아닌지 결정할 권한을 가진 이 기구들에겐 민간인 살상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고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강대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가[예: 이스라엘(옮긴이)] 민간인 수천 명을 죽이는 것은 테러가 아니지만, 그런 국가에 대항하는 세력이 민간인을 죽이는 것은 테러다.


마찬가지로, 이런 국제기구들은 1945년 일본 도시들에 원자폭탄 두 개를 떨어뜨려 그 자리에서 10만 명 넘게 즉사시키고 그 후 방사능의 여파로 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한 것을 야만과 테러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테러 조직이 미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알제리 전쟁 동안 프랑스 정부는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군대는 민간인을 고문하며 마을을 폭격하고 알제리인을 추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것을 '평화 회복'이라고 달콤하게 부를 정도로 파렴치했다.


따라서 이 언어 전쟁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나 야만성을 거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프랑스를 포함한 강대국들이 과부와 고아를 보호한다는 올바른 대의를 위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협박에 굴복할 이유가 없다. 하마스는 민족 간 피의 도랑을 더 깊게 파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자신들의 독재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슬람주의 조직이다. 이 조직에 연대감을 느낄 이유는 없지만, 이스라엘 국가와 하마스 자체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해야 할 이유는 많다. 이스라엘은 중동 전역에서 강대국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70년 넘게 다른 민족을 억압하고 식민지화하기 위한 전쟁을 벌여왔다. 이 전쟁은 가증스러운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도 이스라엘인들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가질 권리가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 국가와 중동의 강대국들이 벌인 전쟁과 억압의 첫 번째 희생자들이다.


사실 이 전쟁에는 두 진영이 있지만, 그 실체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한쪽에는 이스라엘과 강대국 지도자들, 나아가 아랍 국가들과 하마스, 심지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권력을 원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자국민을 계속 억압하려 한다. 반대편에는 억압받는 아랍인, 팔레스타인인, 이스라엘인들이 있는데, 그들은 현재의 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옮긴이)]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억압자에 맞서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단결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출처: 프랑스 혁명적노동자조직 LO 주간신문, 2023년 10월 18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