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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추석 밥상이 무섭다 — 물가 오른 만큼 임금 대폭 올려라


  • 2026-10-07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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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9월 22일

차례상 36만 원, 김밥은 반 줄로 쪼개졌다

추석이 코앞인데 마음이 무겁다. 시장에 나가 과일 몇 알, 국거리 고기 한 팩, 나물 서너 줌을 담았을 뿐인데 계산대 숫자는 벌써 10만 원을 넘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의 추석 차례상 비용이 대형마트 기준으로 36만 원에 이른다.

품목별로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애호박이 1년 새 92.8% 올랐다. 무는 24%, 배는 16%, 닭고기는 13.1%, 쇠고기 양지는 10.5% 올랐다. 시금치는 아예 ‘금치’가 됐다. 100g에 1,050원이던 것이 한 달 만에 2,108원이 됐다.

식당 밥값도 마찬가지다. 김치찌개 백반이 전국 평균 9,080원이다. 냉면은 1만 845원, 비빔밥은 1만 314원이다. 점심 한 끼에 만 원은 기본이다. 그래서 이젠 ‘반 줄 김밥’까지 등장했다. 다섯 조각에 2,500원이다. 한 줄을 통째로 사 먹기가 부담스러우니 반으로 쪼개 파는 것이다.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제자리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누적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은 29.0%인데, 명목임금 상승률은 18.6%에 그쳐 10.4%p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임금도 10% 이상 대폭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가만히 있으면 물가만 오르고, 임금은 안 오른다

이재명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추석이 되면 물가 오른다고 다들 아우성”이라면서 장관직을 걸고 ‘물가 잡으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정부가 부랴부랴 역대 최대로 성수품을 풀고, 농축수산물 할인을 지원하며, 추석연휴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리터당 100원 할인까지 한다.

하지만 추석이 지나면 물가가 슬금슬금 오를 것이다. 가령, 라면·즉석밥 업체들은 추석 할인 행사를 벌이면서, 연휴가 끝나면 언제 값을 올릴지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전쟁이 길어지고 확대되고 있기에, 기름값은 더 오를 수 있다.

양대노총은 2027년 적정 실태생계비로 시급 1만 3,737원을 제시했다. 그런데 2027년도 최저임금은 겨우 10,700원이다. 2026년 대비 380원(3.7%)밖에 안 올랐다. 이런 ‘초’저임금으론 도저히 인간답게 살 수 없다. 수원시가 2027년 생활임금을 10% 올려 시급 1만 2,630원으로 정했고, 경기도는 1만 2,995원으로 최저임금보다 21% 높게 정했지만, 양대노총의 적정 생계비엔 많이 못 미친다. 공무원 보수도 3.9% 올라 16년 만에 최대 폭이라고 하지만, 수년간 물가가 크게 올랐던 것에 비하면 소폭일 뿐이다.

따라서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물가 오른 만큼 임금을 지금 당장 대폭 인상하라. 그리고 물가가 오르는 즉시 임금을 자동으로 올리는 물가-임금 연동제를 도입하라.

폭염, 전쟁, 담합 — 뿌리는 하나다

왜 이렇게 물가가 올랐는지 물어야 한다. 원인은 셋인데, 뿌리는 하나다.

첫째, 기후위기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가축과 양식 어류가 대거 죽었다. 시금치 같은 잎채소는 고온에 특히 약하다. 이렇게 공급이 줄어 가격이 뛰었다. 그런데 이런 재해가 매년 반복되고 더 심각해질 것이다.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 석탄과 석유는 계속 태우는 반면, 그 대책은 차일피일 미루기 때문이다.

둘째, 전쟁이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포성이 멈추지 않으면서 국제유가는 최근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만이 아니다. 밀값은 한 달 새 18-19%, 컵라면 용기 원료인 나프타는 20% 뛰었다. 전쟁으로 죽는 것도, 기름값·밀값 폭등의 대가를 치르는 것도 각국의 노동자 민중이다. 반면 정유자본과 군수자본, 곡물 메이저는 전쟁을 기회로 돈 잔치를 벌인다.

셋째, 자본가들의 폭리다. 국세청이 추석을 앞두고 41개 업체를 세무조사한다고 발표했다. 탈루 혐의 금액이 1조 원이다.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번 1조 원대 이익을 독일 모기업으로 빼돌리며 세금 1,000억 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풀무원은 계열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끼워 넣어 가격을 올렸다.

결국, 기후를 망친 것도, 전쟁을 벌이는 것도, 값을 올리고 세금을 빼돌리는 것도 이윤에 눈먼 자본가들 때문이다. 1938년에 혁명가 트로츠키는 고물가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집약된 ‘경제적 질병’이자 자본가의 폭리 수단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면, 고물가로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가 ‘이윤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상을 바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