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9월 9일
이재명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대를 보내려 한다. 정부는 ‘실질적 기여 검토’(4월), ‘군사적 기여 논의’(8월), ‘절차에 따른 파병 검토’(9월)로 말을 바꾸면서 병사들을 사지로 밀어 넣으려 해왔다.
‘비전투’라는 거짓말
이 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전포고도 없이 이란을 폭격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의 핵 위협’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이란을 제압해 중동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흔들리는 미국의 세계 패권을 중국에 맞서 유지하려는 침략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이란, 레바논, 이라크를 중심으로 최소 8천 명 넘게 죽었고, 세계 민중이 기름값, 물가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이 침략전쟁에 정부가 한국군을 보내려 하면서 ‘비전투 임무’ 운운한다. 이는 말장난이다. 정부가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P-8A 해상초계기는 이란 함정과 잠수함을 찾아내는 ‘눈’이다. 여기서 찾아낸 정보는 곧바로 미군 작전에 쓰인다. 폭발물처리반은 기뢰 제거 작전에 투입돼 미군의 ‘이빨’ 역할을 한다. 군수지원함은 작전 중인 함대에 기름과 탄약을 대주는 ‘핏줄’과 같다. 침략전쟁에 눈과 이빨과 핏줄을 대주면서 ‘비전투’라고 말하는 건 기만이다.
미국의 베트남 침략전쟁 때도 한국은 ‘비전투 지원’으로 시작했다가 전투부대를 파병했고, 결국 5천 명 넘는 한국 젊은이가 베트남 정글에서 죽게 만들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의 이라크 파병도 서희·제마부대라는 ‘비전투병’이 먼저 갔고, 이듬해 자이툰부대가 뒤따랐다. 그 사이 “나는 살고 싶습니다”라고 절규하던 김선일 씨가 목이 잘려 죽었다. ‘비전투부대 파병’은 늘 ‘전투부대 파병’으로 가는 첫 계단이었다.
그때의 이라크보다 지금의 호르무즈는 훨씬 더 위험하다. 최근에 미군이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하자 이란이 미국 관련 선박에 보복했다. 이란 정부는 한국의 파병을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못 박았다. 파병하는 순간, 한국의 20대 병사들은 이란 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압박과 이재명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최근에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파병 압박과 경제 압박을 한층 강화해 왔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파병을 거듭 요구했으며, 한국이 국산 요격미사일 천궁2를 우크라이나에 팔아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 상무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각오하라”고 협박했다. 작년 11월에 미국은 한국을 협박해 3,500억 달러(약 472조 원) 투자를 강요했는데, 지금 추가 추가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정부가 파병, 천궁2, 반도체 공장 투자 등을 한꺼번에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제국주의의 경제적·군사적 횡포가 점점 더 심각해진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를 미제국주의 압박의 단순한 피해자로 봐선 안 된다. 미국의 파병 압박이 직접적인 배경이지만, 이재명 정부 역시 한국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침략전쟁에 협력하는 공범이 되려 한다. 호르무즈를 통해 원유와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들여와 자본가들의 경제가 잘 굴러가게 하고, 방산·조선·반도체 자본 등이 미국 주도의 전쟁 경제 안에서 이윤을 체계적으로 쌓게 하려는 것!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란 결국 ‘한국 자본가 계급의 이익’이고, ‘실용 외교’란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미래에 다수가 노동자로서 일할 젊은이들을 미제국주의의 침략전쟁에 총알받이로 밀어넣겠다는 것이다. 이 전쟁도, 파병도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8월 30일 개각에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장군을 국방장관에 앉힌 다음 구체적인 파병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은 국내에 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이란 노동자가 아니라 국내에 있다. 주52시간 상한제 무력화, 비정규직 확대, N% 성과급 투쟁 금지, 원청 교섭 봉쇄에 파병까지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와 그 뒤에서 이윤을 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자본가 계급이다.
지배자들이 만드는 세계, 즉 착취 강화와 침략전쟁 그리고 3차 대전으로 가는 이 야만의 질서를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것이 노동자의 선택일 순 없다. 그 질서를 뿌리째 뒤엎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 첫걸음은 분명하다. 호르무즈에 우리 병사 단 한 명도, 군함 단 한 척도 보내지 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전쟁 반대! 노동자의 힘으로 파병을 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