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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폭염보다 위험한 자본가 탐욕


  • 2026-08-08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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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7월 29일
 
장마가 끝나자마자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27일 폭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죽고 있었다.

7월 25일 전남 해남에서 태국 국적 30대 이주노동자가 밭일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그날 해남에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다음 날 전북 완주의 밭에선 100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체온 42.2도. 25일까지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전국 1,301명, 사망 6명이다.

폭염은 계급을 가려서 온다. 에어컨 빵빵 틀어진 사무실에서 폭염 시에도 어떻게 이윤을 극대화할지 궁리하는 자본가들이 있고, 그 시각 달궈진 철판 위에서 용접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학교급식실은 불을 가장 많이 쓰는 ‘최대조리 시간대’ 체감온도가 45.4도까지 치솟았고, 급식노동자 87.4%가 온열질환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배달·택배 등 이동노동자는 77.1%가 폭염이 힘들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작업을 멈춰 본 사람은 40.3%뿐이다. 멈추는 순간 소득이 끊기기 때문이다. 농촌은 아예 법 바깥이다.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축산업 노동자에게 노동시간·휴게·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에어컨과 환기설비, 그늘과 시원한 물, 작업시간 조정, 그리고 위험하면 멈출 권리 등. 사람이 죽지 않게 할 방법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문제는 자본가의 탐욕이다.

올 4월 29일 기준으로, 전국 학교급식실 가운데 10곳은 에어컨이 아예 없고, 85곳은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선 체감온도 33도가 넘으면 쉬게 해야 하니, 온도를 낮추는 대신 온습도계를 에어컨 송풍구 아래로 옮겼다. 노동조합이 직접 재보겠다며 온습도계를 들고 들어가려 하자 회사는 그것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했다. 배달 플랫폼은 날씨 좋은 날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단가를 매기고, 폭염과 폭우가 닥치면 단가를 올린다. AI 가격 알고리즘을 이용해 노동자를 불구덩이 쪽으로 떠미는 것이다. 그렇게 굴려 배달의민족 운영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5,929억 원을 벌었다.

정부는 어떤가. 이재명은 폭염 산재사망에 각별히 신경 쓰라고 말했다. 그러나 체감온도 35도 옥외작업 중지도, 38도 전면 중지도 모두 '권고'일 뿐 어기는 사업주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 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의 기준부터 모호하고, 그나마 배달·택배·대리 노동자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반면 대기업에는 탄소배출권을 공짜로, 그것도 실제 배출량보다 넉넉하게 퍼줬다. 포스코 한 곳만 해도 3년간 1,748만 톤이나 초과 할당받았다. 노동자에겐 ‘(작업중지) 권고’라는 립서비스만 주고, 자본가에겐 커다란 선물보따리를 준 것이다.

폭염 자체가 자본가들의 작품이다. 최근 10년 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1970년대의 두 배가 넘는다. 이윤을 위해 화석연료를 마구 태운 결과다. 지난달 유럽 27개국에선 일주일 사이에 평년보다 1만 명 넘게 더 죽었다.
 
멈출 권리는 싸워서 얻는다

'체감온도 33도에서 2시간마다 20분 휴식' 규정도 저절로 생기지 않았다. 쿠팡‧건설·택배·이주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고, 여러 노동자가 계속 싸운 끝에 나온 결과다.

그러니 그다음도 마찬가지다. 멈춰도 임금을 잃지 않는 실질적 작업중지권, 권고가 아니라 처벌이 따르는 기준, 특수고용·플랫폼·이주 노동자를 가리지 않는 산안법 전면 적용, 근로기준법 63조 폐지, 냉방설비와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단결투쟁해야 한다.

밭에서 쓰러진 100세 농민도, 쪽방에서 무더위와 사투하는 노인도, 젊은 시절에 '산업역군'이라 불리며 쓰이다 이제는 이윤에 도움이 안 된다고 버려진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폭염 때 야외에서, 또는 야외 같은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탐욕스런 자본가들은 방치할 뿐이다. 폭염은 그 버려진 자리를 정확히 찾아온다. 자본가나 정부는 이들을 구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생산의 주인인 노동자들만 할 수 있다.

당장은 시원한 물 한 잔과 20분의 휴식, 위험할 때 멈출 권리 등을 위해 싸우자. 그리고 그 싸움을 통해, 이윤이 아니라 사람의 필요에 따라 생산하는 사회로 나아갈 힘을 기르자. 노동자들 속엔 폭염 시 작업을 멈출 힘뿐만 아니라 폭염과 자본가 탐욕 자체까지 멈출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