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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고용 없는 성장'의 비밀 — 노동자가 만든 부를 자본가가 가져간다


  • 2026-06-20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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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6월 17일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고들 한다. 수출이 사상 최대다. 올해 1분기 명목 경제성장률(GDP)도 50년 만에 최대다. 코스피는 8,500선을 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청년 취업자 수가 한 해 사이에 25만 명 넘게 줄었다. 제조업에서만 14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노동자의 빚만 늘었다. 이 '두 개의 한국'은 우연이 아니다. 잔칫상은 노동자가 차렸는데, 그 상을 받는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부는 다 어디로 갔는가?

진짜 양극화는 '삼성 노동자 대 하청 노동자'가 아니다

자본가들의 언론은 양극화를 자꾸 노동자들 사이의 문제로 그린다. 억대 성과급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비정규직의 격차가 진짜 문제인 양 떠든다. 그 격차도 엄연한 현실이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다. 본질을 가리는 연막일 뿐이다. 진짜 양극화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사이에 있다.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25조 원으로 크게 늘었고, 삼성·SK하이닉스 두 회사 주식값은 코스피200 시가총액의 55%를 차지한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1분기 배당금으로만 362억 원을 받았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 노동자가 1,00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엄청난 돈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땀 흘려 만든 부의 대부분이 임금이 아니라 이윤·배당·주식차익으로 자본가들에게 흘러간다. 백화점 해외명품 매출이 한 해 38% 폭증하는 동안 편의점 도시락 매출만 늘어난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극심한 격차와 청년실업, 그 진짜 이유

왜 이렇게 됐는가. 이윤을 한없이 키우는 것이 자본의 본성이고, 그 이윤의 원천은 노동자의 노동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짜내야만, 곧 착취해야만 이윤이 생긴다. 부가 폭증하는데도 임금은 제자리이고 일자리는 줄어든다면, 그것은 자본가가 인력을 줄인 채 남은 인력을 더 쥐어짰다는 뜻이다. 50년 만의 고성장은 노동자에겐 '고용 한파'지만, 자본가에겐 50년 만의 착취 호황이다.

청년실업도 마찬가지다. 흔히 그 원인으로 AI를 지목하지만, 'AI 때문에 일자리가 없다'는 진단은 현상만 보고 본질을 놓친 것이다. 기계가 사람의 수고를 대신해 준다면, 모두가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누리면 된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자본주의적으로' 쓰는 방식에 있다. 자본가는 AI를 노동자를 줄이고 더 쥐어짜는 도구로 쓴다. 그래서 생산성이 오를수록 누군가는 해고되고, 살아남은 누군가는 두 사람 몫을 떠안는다. 한쪽엔 실업, 다른 쪽엔 과로 — 이는 AI의 죄가 아니라, 이윤을 위해 AI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자본주의 체제의 죄다.

빚 내서 투자? 힘 모아 투쟁!

주가폭등 잔치는 위태롭다. AI 거품이 꺼지고 반도체 경기가 꺾이는 순간, 코스피 지수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이미 6월 한 달에만 거래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세 차례나 터졌고, 외국인을 비롯한 투기꾼들은 위험을 가장 먼저 알고 가장 먼저 도망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노동자의 '빚투'가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에서 빌린 빚은 1년 만에 18조에서 36조로 두 배가 됐고, 주가가 급락하자 증권사는 한 달 사이에 빚투 계좌 1조 2,000억 원어치를 강제로 팔아치웠다. '나만 뒤처질까' 두려워 빚내어 올라탄 노동자가, 거품이 꺼지는 날 가장 크게 다친다. 빚더미만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남는 이 미래는 '혹시'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뭘 해야 하는가. 뭉치고 싸워, 우리가 만든 것을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오른 물가만큼 임금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 반도체를 비롯해 이 사회의 모든 부는 노동자가 만들었다. 잔칫상을 차린 것이 우리라면, 그 상도 우리가 받아야 한다. 우리 노동자의 힘을 깨닫고 단결할 때,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자본가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자본가의 잔치를 끝내고 노동자의 잔치를 열 힘은, 오직 노동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