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6년 6월 3일)
휘발유가 리터당 2천 원을 넘었다. 경유도 마찬가지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은 탓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한 해 전보다 2.6% 올라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고, 석유류만 보면 무려 21.9%가 뛰었다. 그런데 우리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실질임금이 사실상 깎이고 있는 셈이다.
임금을, 그것도 기본급을 대폭 올려야 한다. 기본급이 올라야 잔업수당도 퇴직금도 함께 오른다. 오리온 노조가 기본급 7.5% 인상을 내걸고 파업하겠다고 한 이유다. 최저임금도 대폭 올려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만 320원, 인상률 2.9%로 거의 역대 최저였다. 이래서는 생계가 안 된다.
민주노총은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 3,070원, 26.6% 인상을 요구했다. 정당한 요구다. 다만 이 숫자가 '협상용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처음엔 크게 부르고 나중엔 슬그머니 후퇴하는 일을 우리는 너무 많이 봤다. 1만 3,070원은 끝까지 밀어붙일 목표여야 하지 깎아주기 위한 미끼여선 안 된다.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법 밖으로 밀려난 이런 노동자가 860만 명을 넘는다.
임금은 누가 올리는가 — 삼성전자가 보여준 진실
그렇다면 임금은 누가 올려주는가. 사장의 선의? 정부의 배려? 둘 다 아니다. 올해 삼성전자가 답을 똑똑히 보여줬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반도체로 막대한 이익을 냈으므로, 그동안 빼앗긴 피땀의 일부를 되찾겠다고 파업을 결의했다. 쟁의 찬성률은 93%를 넘었다. 그러자 총파업 한 시간 전, 회사가 한 발 물러섰다. 임금 6.2% 인상에 반도체 부문에는 성과급 12%를 약속했다. 평소엔 꿈쩍 않던 회사가 노동자들이 '진짜 멈출 태세'를 갖추자 그제야 움직인 것이다. 투쟁 없인 쟁취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러나 사측은 부문별(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업부별(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노동자를 갈라쳤다는 점도 잊지 말자.
삼성전자 이후 임금·성과급 투쟁이 줄을 잇고 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전국 1,800대를 멈춰 세우고 파업 닷새 만에 임금 8% 인상을 받아냈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 노동자들은 6월 8일부터 믹서트럭을 전면 세우겠다고 예고했다. 카카오 노동자들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 38개 계열사 노조는 사상 처음으로 함께 싸우기로 했다. 한 곳이 싸워 이기면 옆 공장도 용기를 낸다. 임금인상 투쟁은 이렇게 연쇄적으로 번져야 한다.
이것은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물가가 매우 높은 미국 뉴욕에선 호텔·카지노 노동자 3만 명이 노조 100년 역사상 최대(40% 이상) 임금 인상을 따냈다. 호텔 객실 청소원 연봉도 1억이 넘게 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호텔들이 백기를 들었는데, 사용자 단체 대표조차 "파업 위협이 결정적이었다"고 인정했다. 미국 철도·병원 노동자들도 잇따라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쟁취하고 있다. 이렇게 임금은 멈춰 세울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임금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협박에 대해
사장들은 늘 이렇게 겁을 준다. 그러면서 임금이냐 일자리냐,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여기에 넘어가선 안 된다. 노동자에게 정답은 하나다. 임금도 올리고, 사람도 늘려라.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순간 자본가는 나머지 하나도 곧바로 공격한다. 우리가 양보할수록 임금도 깎이고 인력도 줄어든다. 어떤 손실을 감수할지 우리끼리 고민할 일이 아니다.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의 비용은 그동안 우리 피땀을 쥐어짜 쌓아 올린 이윤으로 자본가가 내라고 해야 한다.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주지 않을 뿐이다. 자본가들이 "그러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바꿔야 한다. 해외 기업들은 매출을 34%나 늘리고도 직원을 20%까지 감축하고 있으므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 기업들도 그래야 한다고 부자언론이 주장하면, 자본가의 배를 터지게 만들기 위해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본가세상을 바꾸겠다고 해야 한다.
자동차와 배를 만들고, 기차와 지하철을 굴러가게 하며, 각종 물건을 배달하고, 아동과 학생, 노인을 돌보는 등 이 사회를 움직이는 건 우리 노동자다. 당당한 노동자의 이름으로 임금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하자. 그리고 노동자답게 크게 뭉치고 힘차게 싸워 우리의 모든 권리를 되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