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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삼성 파업 —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 2026-05-09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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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출처_연합뉴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5월 6일

4월 23일 삼성전자 노동자 4만 명이 평택에 집결했다. 두 시간 반의 집회만으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을 58% 떨어뜨려 노동자의 힘을 보여줬다. 이제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하겠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5월 1일부터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재명 정부, 보수 언론, 자본가들은 한목소리로 공격하고 있다. 이재명은 "일부 노조가 자기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한다"며 사실상 삼성 노조를 겨냥했다.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을 "국가 공동체의 자산"이라며 압박했고, 보수 언론은 일제히 "귀족노조", "파업은 파국"이라고 비방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공격의 본질은 하나다. 지배자들은 노동자가 생산을 멈추는 힘으로 자기 몫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국익'은 누구의 이익인가?

이재용이 작년 배당금으로만 4,000억 원을 챙길 때 그 누구도 '국익'을 거론하지 않았다. 삼성 임원들이 수십억대 보너스를 가져갈 때도 '공동체 자산'이라고 호통치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갑자기 '공동체'가 등장한다. 자본가의 이윤은 사적 소유로 정당화하고, 노동자의 임금은 '공익' 운운하며 억누른다. 이것이 '국익' 담론의 정체다.

'국익'을 외치는 자본가들이 묵살하는 현실이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365일 가동된다. 생산·설비·공정 직군 노동자들은 장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야간 교대근무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요인이다. 삼성반도체 고 김치엽 연구원은 입사하자마자 반도체 연구개발팀 프로젝트에 배치돼 극심한 업무상 압박과 스트레스를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착취당해온 노동자들이,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조건을 이용해 빼앗긴 몫의 일부를 되찾겠다고 지금 나선 것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니 파업할 때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때가 있었는가? 저들은 타국 반도체 대기업들은 '무노조 경영'을 한다며 삼성 노조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결국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무노조 시절의 고분고분한 임금노예'가 되라는 것이다.

"하청·협력사는 어쩌고 자기들만 챙기느냐"는 비판도 있다. 노동자를 원청·하청,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라친 장본인은 자본가다. 그 장본인은 놔두고 왜 정규직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가? 임금격차를 줄이는 길은 삼성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임금 인상 투쟁을 확산해 다른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도 함께 올리는 것이다. 바로 이것을 자본가들은 진짜 두려워한다.

성과급을 넘어 — 자본의 일방적 지배에 대한 도전

이 투쟁은 단순한 성과급 싸움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자들은 자본의 야만적 노동통제를 비판했다. 유출된 인사 문건에는 강제 부서 이전, 특정 부서 고과 특혜 및 '저성과자 희망퇴직' 계획, 사내 정신건강센터 상담기록까지 감시하고 징계에 활용하려 한 정황 등이 담겼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적자일 때는 노동자 성과급을 0%까지 깎으면서도 경영진은 수천 억을 챙겼는데, 역대급 호실적이 나자 이번에는 성과급 상한제를 강요한다. EVA(경제적 부가가치)라는 '깜깜이 수식'으로 노동자가 자기 몫을 가늠조차 못하게 만든다. 삼성 노동자들이 '투명화'를 요구하는 것은 자본가의 일방적 결정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격분하는 것이다.

50년 넘는 '무노조 경영' 때문에 삼성그룹은 한국 노동운동의 가장 큰 공백 지대였다. 그런데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조합원이 7개월 만에 6,000명에서 7만 5,000명으로 12배 넘게 폭증했다. 삼성전자 파업으로 ‘하루 1조 원, 총 30조 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가 생산의 진짜 주역이며, 이들에겐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

삼성 노동자 투쟁은 그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자본가, 정부,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로 삼성 노동자들이 무참히 패배하면, 다른 노동자들도 차례로 공격받을 것이다. 반대로 강력한 파업 앞에선 삼성 자본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는 수많은 노동자의 자신감과 투지를 고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삼성 파업을 방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