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물연대 조합원의 사망으로 진주 CU물류센터 앞에서 밤샘집회를 이어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사진 출처: 노동과 세계)
4월 20일(월),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에서 한 노동자가 쓰러졌다. 파업 중이던 서광석 화물연대 전남본부 컨테이너지부장은 사측이 투입하고, 경찰이 길을 터준 2.5톤 대체 화물차에 깔려 숨졌다. 끔찍한 살인이다.
이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CU 편의점의 도시락·김밥이 매일 전국 1만 8천여 점포에 깔리기까지 누가 일하는가. 서광석 같은 화물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없으면 CU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CU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다. BGF리테일(CU 운영사) → BGF로지스 → 하청 운송사 → 특수고용 화물노동자라는 다단계 하청 사슬의 맨 밑바닥에 놓여 있다.
이들은 1억 원 가까운 돈을 자비로 들여 2.5톤 탑차를 산다. 하루 13시간 이상, 주 70시간까지 일한다. 상·하차 작업과 대기시간, 점포별 분류 작업엔 별도 보상이 없다. 월 매출 320만 원에서 차량 할부금·보험료·유류비·유지비·지입료 등을 제하면 200만 원도 안 남는다. 아파서 쉬면 대체 기사 비용 명목으로 하루 60만 원까지 부담하라고 한다. 그래서 아파도 쉴 수 없고, 가족 장례에도 이틀 이상 쉴 수 없다.
그런데도 CU 자본은 "당신들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윤은 챙기고 책임은 외주화하는 것 — 이것이 다단계 하청 구조의 본질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자본의 오만한 응답
올해 3월 10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그래서 화물연대 CU지회는 1월부터 CU에 7차례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CU는 묵묵부답한 채 조합원 11명에게 계약 해지 위협과 약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로 겁박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4월 5일 파업에 돌입했다. 진주, 원주, 안성·화성, 나주 물류센터와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을 물리적으로 봉쇄했다. 전국 2천여 점포의 물류가 멈췄다. 누가 이 사회를 실제로 움직이는가. CU 임원 같은 자본가들이 아니다. 화물노동자, 물류창고 노동자, 공장 노동자들이다. 노동자가 멈추면 사회가 멈춘다.
그러자 CU는 '교섭'에 나오는 대신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다. 그리고 폭력경찰이 달려왔다.
‘노동존중’이라는 거짓말
이 나라 경찰은 언제나 자본의 편이었다. 진주에서도 그랬다. 경찰 4개 중대가 연좌농성 중이던 조합원 40여 명을 강제로 밀어냈다. 트럭이 사람을 짓밟고 가는데도, 경찰은 그 트럭을 멈춰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구조하러 가는 동료들을 막아섰다. 뒤따르던 사측 트럭들은 경찰 호위를 받으며 빠져나갔다. ‘생명’을 보호한다는 경찰관법의 문구는 자본의 돈벌이 앞에선 휴지조각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존중’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도입할 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기간제 사용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완화하려 한다. 정규직을 줄이고 불안정 노동을 늘리겠다는 자본의 오랜 숙원을 들어주려는 것이다. 그런 정부가 파업 현장에 폭력경찰을 투입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특수고용노동자를 ‘자영업자’ 취급하는 노동부는 제2, 제3의 죽음을 부를 것이다.
왜 ‘노동존중’을 표방한 정부도 결국 자본의 편에 서는가. 답은 이윤을 위해 굴러가는 체제 자체에 있다. 공장과 기계, 물류센터 — 이 모든 생산수단을 소유한 것은 BGF리테일 사측 같은 자본가 계급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경찰도 이 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짜여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는 전체 자본가의 공동 사무를 관장하는 위원회일 뿐이다. 자본가들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면 폭력경찰이 달려가는 것이 자본주의에선 필연적이다.
서광석 조합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 원청의 교섭 책임 인정, 배송기사 처우 개선 같은 화물파업노동자의 당면 요구는 물론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 다단계하도급 폐지 등도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윤만능의 자본주의 체제가 살아 있는 한 비극은 반복된다. 이 야만의 뿌리를 뽑아야 노동자의 존엄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 2026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