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4월 8일
미국의 이란 전쟁이 약 40일째 지속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마비됐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50원을 돌파했고, 서울에서는 2,500원짜리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경유는 17%나 폭등해 화물 노동자와 전세버스 기사들의 생계를 직격하고 있다.
기름값만이 아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보도가 많다. 페인트 값은 50%나 폭등했고, 삼성전자는 출시한 스마트폰 가격을 최대 19만 원이나 올렸으며, 사료용 곡물 수입 단가 급등으로 닭고기 산지 가격은 전년 대비 30.6%나 뛰었다. 이 모든 폭등의 대가를 가장 많이 치르는 것은 평범한 노동자들이다.
물가 폭등 뒤엔 자본가들의 이윤 챙기기가 있다
물가 폭등이 순전히 전쟁 때문만일까? 자본가들은 위기를 틈타 조직적으로 이윤을 불려왔다. 올해 초 적발된 밀가루·설탕·전분당 담합 규모만 9조 5천억 원이다. 닭고기 업계는 12년간 45번이나 서로 짜고 가격을 올렸고, 돼지고기 업체들은 텔레그램으로 담합했다. 지난 5년간 담합 관련 매출이 90조 이상인데 과징금은 고작 2조다. 그래서 걸려도 남는 장사라고 자본가들은 생각한다. 정부가 ‘담합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친기업 정부의 과징금 몇 푼으론 대자본가들을 제어할 수 없다.
한편 전쟁으로 돈 버는 자들은 따로 있다. 한국 방산 7대 기업의 수주 잔액은 113조 원을 넘어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15%나 폭증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폭격으로 죽어가는 동안 방산 자본가들은 사상 최대의 이윤 잔치를 벌이고 있다.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다.
'노사 상생'이라는 함정
정부와 자본가단체는 “노사가 함께 뭉쳐 상생하자”고 말한다. 경사노위가 출범하고, 이재명은 ‘고용 유연성’을 계속 강조하며, 경총은 “노동시장 제도 개선”을 주문한다. 뜻은 분명하다. 노동자들에게 ‘쉬운 해고’를 받아들이며, 위기의 대가를 ‘함께’ 치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와 자본가가 ‘함께’ 위기를 겪고 있는가? 방산 기업이 113조 원 수주를 쌓아놓는 동안, 전세버스 기사들은 한 달에 50만 원씩 기름값을 더 내야 하기에 일당도 못 건진다. 대기업이 수출 증가와 환율 효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최저임금 노동자의 96.6%는 “소득이 최소 생활비에도 못 미친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원가가 오르면 상품 가격에 전가하고, 위기가 오면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대응한다. 자신들의 이윤은 조금이라도 줄이려 하지 않는다. 저들이 말하는 ‘상생’은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일 뿐이다.
임금을 대폭 올리자! 대기업 이윤에서 가져오자!
첫째, 모든 임금과 수당이 물가 폭등을 따라가도록 요구해야 한다. 모든 사장은 원가 상승을 상품 가격에 전가한다. 왜 노동자만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가?
둘째, 임금 인상의 재원은 대기업 이윤에서 나와야 한다. 방산 기업들의 113조 원 수주 잔고, 반도체 대기업들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 정유사들의 전쟁 특수 — 이 돈들은 모두 노동자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것이다. 정부가 26조 원 추경을 편성하면서 석유 최고가격제 손실보전에 5조 원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결국 세금으로 석유 대기업의 이윤을 보전해주는 격이다. 이런 정부를 조금도 신뢰해선 안 된다.
셋째, 이 싸움을 현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름값 걱정에 한숨 쉬고, 식료품값 폭등에 장바구니를 줄이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월세와 공과금은 계속 오르는 삶을 계속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고통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자들에게 청구서를 되돌릴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현장에서부터 노동자의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