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2월 11일
주가는 치솟지만 노동자는 불안하다
올해 초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AI 로봇 '아틀라스'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50kg의 중량물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360도 회전하는 관절로 정밀한 작업을 하며, 배터리를 스스로 교체하는 이 로봇은 찬사를 많이 받았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대차 주가는 연초 29만 원대였는데 2월 초엔 50만 원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한때 100조 원을 돌파했다. 자본가들과 투자자들에게 아틀라스는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약속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의 로봇도 들어올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런데 이재명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노조를 압박했고, 자본가 언론은 "21세기판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일방적 로봇 도입을 반대한 것인데, 마치 ‘로봇 무조건 반대’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누가 기술을 통제하느냐가 문제
그런데 AI 로봇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 기술을 누가 소유하고 통제하느냐다. 같은 기술도 자본가의 손에 있을 때와 노동자의 손에 있을 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자본가가 AI 로봇을 도입하려는 목적은 명확하다.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늘리고, 파업이나 임금인상 요구 같은 '성가신 문제'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본가들의 최우선 기준은 '비용'이다. 인건비가 충분히 싸다면, 자본가들은 로봇보다 사람을 쓴다. 실제로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최저임금이 낮고 비정규직 활용이 쉬워 로봇을 도입할 수 있어도 굳이 도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25년 현대차 아산공장의 자동화율은 프레스 90%, 차체(용접) 80%, 도장 70%지만, 조립 공정은 겨우 15%밖에 안 된다. 조립 공정은 유연하고 정밀한 작업이 필요해 로봇 투입이 여전히 어렵다. AI 로봇이 기존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아직 멀었다. 그렇다면 자본가들이 AI 로봇의 위협을 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들에게 공포감을 불어넣어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하고, 투쟁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로봇이 너희 일자리를 뺏을 텐데 감히 파업하겠다고?"라고 협박하는 셈이다.
반면 노동자들이 AI 로봇을 통제한다면 어떨까? 위험하고 고된 작업을 로봇에 맡기고, 인간은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면서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생산수단을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 전체가 소유하고 통제할 때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기본소득'은 해법이 아니다
AI 로봇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재명 정부는 '기본사회'(기본소득) 정책을 다시 내세웠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본소득론은 '생산'의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분배'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AI 로봇에 대한 자본가의 소유와 통제를 그대로 인정한 채, 대량실업의 충격을 약간의 현금 지급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AI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윤을 자본가들이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푼돈만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무슨 해법인가?
자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통제할 때, AI 로봇은 ‘노동자를 차가운 길바닥으로 내모는 수단’이 아니라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럴 때만 ‘강도의 칼’처럼 노동자를 위협하는 도구가 아니라 ‘부엌칼’처럼 노동자를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AI 로봇을 자본가, 노동자 중 어느 쪽이 소유·통제할지라는 사활적 문제를 ‘국회 판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 절대 없다. 이 측면에서 2월 5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 운운한 건 노동자 계급의 올바른 입장일 수 없다.
노동자 계급은 AI 로봇을 거부하지도 말고, ‘기본소득’이나 ‘사회적 대화’ 같은 사탕발림에 속지도 말며, 단결투쟁을 통해 모든 생산수단을 노동자가 통제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