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1월 28일
주식시장의 축제와 노동자의 냉혹한 현실
2026년 1월, 코스피(종합주가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7개월 만에 공약을 달성했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밖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떤가? 코스피가 두 배로 뛰는 동안, 노동자들의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다. 수십만 젊은이가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었음' 인구로 전락하고, 수백만 노인은 생계를 위해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건설업과 제조업에선 수년 만에 최대 규모로 일자리가 사라졌다.
더 충격적인 건 실물경제의 추락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겨우 1% 수준으로, 전년도에서 반 토막이 났다. 4분기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금융위기, 외환위기 같은 초대형 충격 시기를 제외하면 최악의 성장률이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과 추경"으로 간신히 1%를 지켜냈다고 변명하지만, 이 말을 뒤집으면 반도체와 추경이 없었다면 0%대 성장도 어려웠다는 뜻이다. 건설투자는 5년 연속 후퇴했고, 내수는 얼어붙었다. 편의점 점포 수가 사상 최초로 감소했다는 사실이 경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참담한 경제 상황에서 주식시장만 폭등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투기 거품과 다가올 위기
자본주의에서 주식 가격은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투기로 결정될 수 있다. 자본가들은 실물 부문에 투자해도 이윤을 충분히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돈이 돈을 낳는 금융시장으로 몰려든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여 주가를 올린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4,000조 원)은 한국 GDP(약 2,000조 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역사적으로 이런 상황은 1929년 미국 대공황 직전에도 나타났다. 당시에도 주식 가치가 GDP를 넘어서자마자 대폭락이 왔다. 문제는 이런 거품이 언젠가 터진다는 것이다. 주식 가격은 결국 실물경제에서 무한히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기업 실적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거품은 반드시 터진다.
현재 코스피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극소수 반도체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AI 부문에 천문학적인 과잉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AI 기업이 실제론 이익을 못 내고 있다. 마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처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AI 거품이 본격적으로 터지면,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코스피 상승으로 이익을 본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소수 대자본가다. 반면 노동자들은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 실질임금이 삭감됐다. 최저임금을 거의 역대 최저로 올린 이재명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주식 투자로 돈을 벌라"고 선동했다. 하지만 결국 이 머니 게임에서 노동자들은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거품이 꺼지기 전에, 재력과 정보력이 막강한 대자본가들은 먼저 빠져나가고, 개미 투자자들만 손실을 죄다 떠안을 것이다.
투쟁만이 살길이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놓은 ‘주식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주식 투기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건 거의 환상이다. 노동자들이 삶을 개선할 길은 투기가 아니라 투쟁이다. 노동자들은 물가 오른 만큼 임금 대폭 인상,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등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개별 사업장을 넘어 계급적으로 단결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론, 한쪽엔 부가 쌓이고 다른 한쪽엔 빈곤이 쌓이는 사회, 취업자에겐 과로를, 실업자에겐 ‘게으름’을 강요하는 사회, 거대한 투기거품을 만들며 빵빠레를 울리지만 결국 거품이 터질 때 더 많은 노동자가 신음하게 만드는 이 모순투성이 자본주의 사회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한 줌 자본가의 이윤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 민중의 필요에 따라 생산하고 분배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코스피 5000의 화려한 숫자에 속지 말자. 그 이면엔 노동자들의 고통이 있고, 다가올 위기의 그림자가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달콤한 환상이 아니라 단결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