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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계엄 1년,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 2025-12-05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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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민주노총은 11월 24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무력화할 위험이 있다며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출처_연합뉴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12월 3일


작년 12월 3일에 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다. 하지만 계엄 세력 척결은 아직 매우 부족하다. 핵심 연루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됐고, 재판 진행도 느리기만 하다. 국민의힘은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계엄을 저지른 정당이 반성은커녕 계엄 주범을 끝까지 옹호하려 한다.


'노동 존중'이 어디 있나?


이재명 정부는 '노동 존중'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사고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보다 더 늘었다.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지만, 노동부는 시행령으로 그 효력을 무력화하려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하고 투쟁할 권리를 아예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잔칫집에 초대해 놓고 빈 그릇만 내놓는 격이다.


2026년 최저임금은 겨우 2.9% 인상됐다. 역대 대통령 첫해 인상률 중 최저 수준이다. 청년실업은 여전히 심각하고, 곳곳에서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6개월간 7.52%나 폭등했다.


더 위험한 것은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다. 이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적극 복무하겠다는 신호다. 노동자들을 지배자들의 전쟁에 총알받이로 내모는 길을 닦고 있다.


민주주의 대 독재가 아니라 노동자 대 자본가


윤석열의 계엄을 저지할 때는 국민 대다수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십만이 단결했다. 그래서 '빛의 혁명'이라는 그럴듯한 문구가 널리 내걸렸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계엄이라는 '난데없는' 공격을 막아낸 다음, 지금 굴러가고 있는 질서는 무엇인가? 그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들의 일상적 독재다. 


현재 핵심 문제는 '민주주의 대 독재'가 아니라 '노동자 대 자본가'다. 우리가 생산한 부를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누가 해고당하고, 누가 배를 불리느냐의 문제다.


자본가들은 경제가 어렵다며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인력을 줄이며 남은 노동자를 더 쥐어짠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배당금은 기록적으로 늘리고, 사내유보금은 천문학적으로 쌓아간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노동 존중’을 내걸었지만 결국엔 이런 자본주의 질서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게 만들려 한다. 그렇기에 작년 12월에 철도가 파업했을 때 이재명이 직접 나서서 성과급 정상화, 고속철 통합을 약속하고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 내는 돈을 왕창 올리고, 받는 돈을 찔끔 올리는 연금개악을 앞장서서 밀어붙였다. 이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조금도 신뢰해선 안 된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경사노위나 국회판 사회적 대화 같은 것은 덫이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려다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던 ‘쉬운 해고’(저성과자 해고)를, 지금 이재명 정부가 도입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라는 덫으로 민주노총 관료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1998년 2월 6일, 민주노총 관료까지 참여한 노사정위원회가 정리해고제 시행, 근로자파견제 도입에 합의한 쓰라린 역사가 반복되게 해선 안 된다.


계엄을 막아낸 건 거리로 나선 민중의 힘이었다. 마찬가지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만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다. 노조를 강화하고, 파업할 권리를 지켜내며, 사업장을 넘어 연대해야 한다.


노동착취에 기초해 굴러가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끝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체제에 정면으로 맞설 때만 진짜 변화가 가능하다. 그럴 때만 총칼로 노동자를 직접 겨냥했던 정치세력이든, '노동 존중'이란 공문구를 내걸고 우리 권리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세력이든, 두 세력을 번갈아 이용하며 우리 피땀으로 배를 불리는 자본가들이든, 그들 모두의 지배로부터 노동자가 벗어날 수 있다. 노동자가 생산한 부를 노동자가 통제하는 사회. 그것이 진짜 해방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