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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관세 전쟁과 자본주의 정글의 법칙


  • 2025-09-25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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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9월 24일


9월 18일, 이재명은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대체 무엇을 요구했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자본주의 정글의 왕, 미국


자본주의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동하는 정글과 같다. 이 체제에선 최강자가 규칙을 정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세계 패권을 공고히 하려고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폭탄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관세협상 테이블로 하나씩 불러내 자신이 원하는 걸 관철시켜 가고 있다.


먼저 일본의 경우,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5,500억 달러(약 766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고 투자 이익의 90%를 미국에 넘기는 조건에 서명하게 했다. 유럽연합도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산 에너지를 7,500억 달러 규모로 구매하고, 6천억 달러를 투자하게 했다. 


한국도 7월 31일에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1,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이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하고(이 경우 한국은 97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을 다시 맞을 수 있다), 투자수익의 90%를 자신들이 가져가겠다고 해 최종 합의엔 아직 이르지 않았다.

보라!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다. 이것이 자본주의다!


관세전쟁을 이용해 노동자를 공격하는 자본가들


약육강식은 국가들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약육강식의 전형은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온갖 구실로 쥐어짜고, 쉽게 썼다 버리는 데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 자본가들은 오랜 경제침체와 관세전쟁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가령, 지엠 사측은 노란봉투법이나 미국의 관세폭탄 등 온갖 구실로 ‘공장철수설’을 흘리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등을 억눌러 왔다.


지금 LG전자에선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대량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저성과자'라는 딱지를 붙여 쫓아내려는 50대 이상 노동자가 주요 타겟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타격을 받자 노동자들을 내쫓으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9월 5일 “희망퇴직은 직원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기에 “기꺼이 선택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연봉은 2022년 18억 원에서 2024년에 3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래서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본인 연봉은 셀프로 올리고 직원들 줄 돈은 없다고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자본가들은 수십 년간 착취하기 위해 20대 젊은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을 ‘첫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보고, 단물을 다 빨아먹고 껌 뱉듯 50대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을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50대 노동자를 맘대로 자를 수 있어야 20대 노동자에게 (착취당할)‘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가들은 얼마나 탐욕스럽고 기만적인가!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정글의 민낯이다.


이젠 야만의 정글에서 벗어나야


이재명은 지금 조주완 같은 자본가들의 정치적 대표자 역할을 충실히 하려 한다. 이재명은 19일 서울 서교동 소극장에서 2030청년들을 만나 ‘대기업이 청년들을 채용하려 하지 않는 건, 노조 때문에 사람을 내보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년실업의 책임이 대기업·공기업 정규직과 노조한테 있다고? 이는 노동자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간질이다. 임금피크제가 그랬듯, ‘고용유연화’(쉬운 해고)는 청년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고참노동자든 청년노동자든 고용불안을 느끼며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혹사시키기 위한 장치다.


윤석열을 몰아낸 다음, 윤석열보다 더 자주 ‘고용유연화’를 거침없이 꺼내드는 대통령을 보니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야만의 자본주의를 관리하려는 정치인은 누구든지 그럴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이익은 노동자들의 힘으로만 지킬 수 있다. 한 줌 자본가의 이윤이 아니라 압도적 다수 노동자의 필요를 위해 굴러가는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