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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철도 참사 –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한 사회가 낳은 참사


  • 2025-09-04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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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이번 사고에 대해 국토부와 철도공사 사측을 규탄하며 서울역에서 농성하고 있는 철도노조가 서울역사 안에서 약식 집회를 하고 있다.(출처_철도노조)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8월 27일


8월 19일 오전, 경북 청도에서 선로 주변 점검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열차에 치여 7명 중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갑자기 비보를 들은 유가족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질까? 왜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는가? 이런 참사를 막을 방법은 과연 없는가?


죽음의 상례 작업


이번 사고는 2019년 밀양역 사고를 쏙 빼닮았다. 2019년에 밀양역 근처에서 선로 작업을 하던 3명이 열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 사고 이후 철도노조가 투쟁해 상례 작업(열차가 운행할 때 하는 작업)은 꽤 중단됐다.


하지만 선로 외측레일로부터 2미터 이상 떨어진 선로변의 작업은 열차 차단 없이 상례작업으로 진행해 왔는데, 결국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 이번 참사 현장에선 좌우 모두 피할 곳조차 없었는데 상례작업을 했다. 지난해 8월 9일 구로역에서도 인접선 선로를 차단하지 않은 채 상례 작업을 하다가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가 나면 코레일 사측과 국토부는 ‘열차 운행 시 작업 전면중단’이라는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않고, 협소하게 땜질 처방만 했기에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없었다.


열차 운행 시 작업을 전면중단하려면,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심야에만 작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철도에서 인력을 1400명 넘게 줄였고, 이재명 정부는 줄어든 인력을 원상회복하겠다는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철도에선 매년 2명이 선로에서 죽었다.


죽음의 외주화


정부의 압박 속에서 코레일 정규직 인력이 줄어들자, 철도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 많이 외주화됐다.


그런데 외주화의 경우, 업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는 코레일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매우 낮지만, 위험은 매우 높다. 이번 참사의 경우, 열차접근 경보 앱 단말기는 코레일 감독자한테만 지급됐는데 이조차 무용지물이었다.

 

민간도급업체의 작업계획서는 엉터리였다. 작업계획서엔 작업인원이 9명으로 적혀 있었으나 실제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는 6명뿐이었다(코레일 직원 1명은 작업감독자로 참여했기에 도급업체 작업인원엔 들어가지 않는다). 작업계획서에 담긴 명단과 실제 투입노동자도 달랐다. 그리고 원청인 코레일은 이 작업계획서를 사전에 보지도 않았다. 관련법도 그런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결국, 코레일 사측은 업무는 맡기면서도 안전은 외면했다.


철도 시스템은 수많은 업무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외주화는 이런 유기적 연결을 깨뜨려 위험을 크게 높인다. 이번 사고도 그 증거다.


노동자가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으려면


이런 참사의 되풀이를 막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열차가 다니지 않을 때만 노동자들이 선로 위나 선로 주변에서 일하고, 노동자들이 일할 때는 작업 선로는 물론 인접선로까지 철저히 차단하면 된다. 그 경우, 인건비가 늘어나고 코레일의 이윤에 타격이 갈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경영평가 등을 무기로 인건비를 줄이라고 끊임없이 압박하는 기재부와 그 사측 하수인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또한 참사를 막으려면 외주화를 중단하고, 외주화했던 작업을 복원하며, 코레일과 SR, 시설공단으로 분할된 철도를 다시 통합시켜야 한다. 그런데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며, 호시탐탐 외주화, 분할민영화를 밀어붙여온 정부 관료들이 그런 전면적 조치를 취하겠는가? 한계가 많은 노란봉투법조차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자본가들이 다단계 하청 구조를 끝장낼 수 없듯, 자본가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죽음의 외주화, 민영화를 중단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노동자들의 힘으로만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이 사회의 모든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자기 힘을 자각하고 단결한다면 자본가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 산재 없는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