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2024년 3월에 조국의 딸 조민씨가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등 입시비리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내용.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8월 13일
이재명이 11일(월)에 8‧15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조합원도 사면했는데 이는 당연하다. 화물연대는 화물판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제’의 상시화와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했는데, 윤석열 정권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구속시켰다.
또한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매도하고, 조합원 2,250여 명을 소환조사했으며 42명을 구속했다. 그중 5명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 이런 야만적 탄압에 항거해 양회동 열사가 분신자살했다. 정당한 요구를 내걸고 싸운 노동자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범죄자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입시비리의 대명사 조국의 사면을 반대한다
하지만 이번 사면에도 문제가 매우 많다. 조국은 권력형 입시비리의 상징이다. 딸과 아들의 입시에서 여러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고 장학금도 부당 수령했다. 이 사례는 자녀의 학력을 결정하는 것은 자녀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돈과 권력이라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한 엘리트들은 기득권(다수 노동자를 지배할 권리)을 대물림하기 위해 불법행위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낱낱이 보여줬다. 정치검찰이 조국을 얼마나 ‘표적‧과잉 수사’했는가와 무관하게, 조국의 입시비리는 수많은 노동자와 그 자녀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명백한 범죄행위다. 따라서 조국 특별사면은 비리 정치인에 대한 특혜이므로 정당성이 전혀 없다.
조국 사면도 화물연대, 건설노조 조합원 사면과 마찬가지로 ‘윤석열의 불의를 시정’하는 조치라고 주장하는 세력은 조국 같은 지배 엘리트와 노동자의 이해는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점을 모르거나 감추려 한다. 그리고 이재명, 조국 등 민주당류 정치인들은 윤석열 등 국힘 정치인들과 바통을 주고받으며 노동착취에 기초한 자본주의 질서를 잘 운영하려 할 뿐이라는 점을 모르거나 감추려 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흠집 내려고 조국 사면을 비판하는데, 이들에겐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 국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한테 국힘 출신 비리사범들인 정찬민, 홍문종, 심학봉 등을 사면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최근 들통 났다. 겉으론 조국 사면을 비판하면서도 속으론 이재명 정부와 뒷거래를 한 셈이다. 결국 이번 사면엔 송언석이 요청한 자들도 모두 포함됐다. 이 사례는 김대중이 전두환, 노태우 사면에 동의하고, 문재인이 박근혜를 사면한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당과 국힘은 ‘싸우는 형제들’일 뿐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실 입힌 재벌 뇌물사범도 사면
한편, 이번 사면엔 재벌 봐주기도 있다.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인 장충기, 최지성은 박근혜한테 뇌물을 줘서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에 동원했다. 그런데 이번 사면에 장충기, 최지성도 포함됐다.
이재명은 산재사망사고가 잇따른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면허 취소’ 등까지 검토하라고 엄포를 놨다. 그래서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 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 아니냐고 자본가언론은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번 자본가 사면이 잘 보여주듯 이재명 정부는 자본가들과 끈끈히 유착돼 있으며, ‘소년공 출신’, ‘노동존중’이란 공문구로 노동자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면서 자본주의 착취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는 자본가 계급의 정부일 뿐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결정해야
좀 더 넓게 보자면, 대통령 사면권 자체도 문제다. 이 사면권은 왕이 모든 걸 결정하던 왕정 시대의 잔재다. 이 땅의 지배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자유민주주의’에는 왕정 시대 1인 독재의 흔적이 이처럼 역력히 남아 있다. 이런 잔재도 다 없애야 한다.
이 사회의 모든 걸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모든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공직자를 언제든 선출‧소환‧파면할 수 있어야 하며, 사면도 집단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은 비리 정치인들, 또 다시 노동자를 착취하는 데 여념이 없을 자본가들이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감옥에서 나와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그럴 때만 국가보안법 같은 희대의 악법 때문에 양심수들이 쇠창살 안에 갇혀서 평생을 보내는 비극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