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7월 30일
윤석열이 두 번이나 거부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28일(월)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다. 비록 한계가 많긴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투쟁해온 성과다.
진짜 사장에 책임 묻고, 손배 폭탄에 제동 걸고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넓혔다. 지금까지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면, 진짜 사용자인 원청과 하청노동자가 교섭할 수도 없었다. 당연히 원청을 상대로 투쟁하는 것도 불법으로 내몰렸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사용자로 규정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하고 싸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의 ‘근로조건 결정’에다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도 추가해 정리해고, 민영화, 외주화 같은 구조조정 등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경영상 결정에 맞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또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협 위반’도 쟁의 대상에 포함됐다.
개정안은 ‘손배 폭탄’에도 제동을 걸었다. 사용자의 불법에 맞선 투쟁에는 손배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것이다.
경총 같은 자본가단체는 이런 노란봉투법을 반대해 왔다. 그들은 수많은 하청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면서도 책임은 회피하고, 쟁의는 최대한 억제하며, 손배 폭탄을 계속 떨어뜨려 노동지옥‧자본천국을 영원히, 강고하게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자본가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법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포함하지 않았다. 배달노동자, 학습지교사 등 전국 수십만 특수고용 노동자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리고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이라는 문구는 모호해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가 모든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개정안은 모호한 문구를 넣어 원청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결국 원청을 교섭테이블로 끌어내려면 더 강한 단결투쟁력이 필요하다.
또한 개정안은 손배 폭탄을 자본가의 손에서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온갖 구실로 수많은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왔는데, 앞으로도 저들은 자기들 맘대로 ‘불법파업’ 딱지를 붙이고 손배 폭탄을 계속 떨어뜨리려 할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조합원 개개인에게도 손배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배제하지 않았다.
시행을 6개월 유예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덫이다. 이런 유예 기간에 자본가들은 노란봉투법을 무력화하려고 온갖 술책을 쓸 것이다. 가령, 진짜 사용자성을 감추는 증거 인멸 작업을 대대적으로 할 것이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 자본가들이 강하게 반발하면 그걸 핑계로 시행을 더 유예할지도 모른다.
친노동 제스처는 친기업 행보를 위한 포석?
“기업에서부터 원하청 간 교섭을 촉진해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신뢰 자산을 축적….” 김영훈 장관의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재명 정부는 고용유연화(=해고 자유화) 등 자본가들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까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통해 ‘친노동’으로 스스로 포장하면서 민주노총을 국회판 사회적 대화 같은 덫으로 더 강하게 견인하려 할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형식적 기회를 준 다음, 대기업‧공기업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호봉제를 없애는 등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 할 가능성이 많다.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 애드벌룬은 ‘친기업’ 광폭 행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모든 노동자가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받고,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이재명 정부를 조금도 믿어선 안 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만큼, 딱 그만큼 쟁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