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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이재명은 ‘쉬운 해고’ 도입하려고 김영훈을 선택했나?


  • 2025-07-02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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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쉬운 해고’ 도입하려고 김영훈을 선택했나?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7월 2일


이재명이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철도 기관사 김영훈을 노동부장관 후보로 지명하자, 여러 언론에서 파격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노란봉투법과 정년연장, 주 4.5일제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는 김영훈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파격적인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정치적 의도를 봐야 하며,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결정적 순간의 행동'을 봐야 한다.


이재명의 ‘고용유연성’(쉬운 해고) 대타협 지시


거의 모든 언론이 감추고 있지만, 이재명은 6월 5일 국무회의에서 고용유연성 등을 대대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사회적 대타협 방안을 모색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 이재명은 2월 10일 국회 연설에서도 ‘노동유연성 확대’를 슬쩍 언급한 바 있다. ‘고용유연성’이 뭔가? 그것은 자본가들이 숱하게 주문해 왔고,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자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쉬운 해고’를 뜻한다.


이재명 정부가 원하는 건 매우 분명하다. 세계경제위기와 미국의 관세폭탄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자본가들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경제의 핵심은 기업’, ‘실용주의’ 같은 모든 발언은 자본가 계급에 대한 이재명의 지속적인 충성 선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가들의 이익과 노동자들의 이익은 정면으로 대립하기에, 노동자들을 희생시키지 않고는 자본가들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매우 조심스럽고 교묘한 방식일지라도 이재명은 거듭해서 ‘고용유연성’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김영훈의 ‘사회적 대화’는 누굴 겨냥하고 있나?


박근혜 때 그랬듯, 이재명 정부가 ‘쉬운 해고’를 도입하려 하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한국노총보다 민주노총에서 반발이 더 거셀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사회적 대화’라는 덫으로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려고 지금 온갖 궁리를 하고 있다.

 

1998년에 김대중 정부는 IMF 위기를 이용해 민주노총을 노사정위로 끌어들여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에 합의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사회적 대화’란 노동자를 겨냥한 ‘독 바른 사과’였다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 이후 비록 민주노총 지도부는 출세를 위해 각종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종종 기웃거렸지만, 98년의 쓰라린 경험을 기억하는 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에 28년 동안 경사노위엔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가 김영훈을 앞세워 기본사회위원회, 국회 사회적 대화, 고용부 고용정책심의위, 경사노위 등 여러 덫을 놓고 민주노총을 끌어들여 ‘고용유연성’(쉬운 해고) 등을 논의하려 하고 있다. 김영훈은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에 투쟁 한 번 하지 않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근속승진제 폐지를 받아들였고,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 때 민주당과 손잡고 파업을 번번이 무너뜨리려 했기에 이재명 정부의 ‘노무관리자’로선 적격이다.


정년연장, 주4.5일제, 노란봉투법은 미끼 아닐까?


이재명 정부가 ‘고용유연성’만 논의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하면, 아무리 출세욕이 강한 노조 지도부라도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 정년연장, 주4.5일제, 노란봉투법 등을 미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과 김영훈은 정년연장, 주4.5일제, 노란봉투법을 공약으로 내걸어 노동자의 환심을 사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충분히 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들의 목표는 그런 공약을 미끼로 민주노총 지도부를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앉힌 뒤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52시간제 예외 허용부터 호봉제 폐지, ‘쉬운 해고’까지 자본가들에게 최대한 큰 선물을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년연장, 주4.5일제, 노란봉투법은 계속 늦춰지고,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도 많다.


따라서 사회적 대화는 덫이고 독이다. 물가 오른 만큼 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모든 해고 금지 등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자 계급의 사회적 대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 사진 설명: 이 영상에서 이재명은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들은 “해고는 죽음이다”, “짤리면 죽는다”고 말하고, 기업들은 “정규직으로 뽑으면 다시는 해고할 수 없고, 똘똘 뭉쳐 극단적으로 저항하니 절대로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기업 측면이나 노동 측면 다 손실이다. 그래서 적정한 선에서 합의를 해야 한다. 이게 정치, 정부의 역할이다. 이게 쉽지는 않다. 서로 불신하고, 의심한다. 그래서 긴 시간 마음을 터놓는 대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사회안전망이란 이름 아래 겨우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정규직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고용 유연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이재명의 오랜 생각이다. 이 점 때문에 이재명이 김영훈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사진 출처_유튜브 명블리 화면 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