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6월 18일
계란 한 판이 7,000원을 넘어서는 등 5년 사이에 먹거리 물가가 엄청 올랐다. 김밥(38.3%), 햄버거(37%), 라면(31.0%), 냉면(27.3%) 등 외식 39품목 중 5년간 20% 이상 오른 게 30가지나 된다. 먹거리 물가가 OECD 38개국 중 스위스 다음으로 한국이 높다.
물가 오른 만큼 임금 대폭 인상
물가폭등에 맞서려면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폭 올라야 한다. 그런데 양대 노총 지도부는 올해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 1,50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1만 30원)보다 겨우 14.7% 올린 것이다. 지난해 노동계 요구안(1만 2600원, 27.8% 인상)보다도 훨씬 낮다. 이재명 정부에 부담을 안 주려고 요구안을 낮춘 것인데, 이런 타협적 태도로 과연 노동자들의 이익을 제대로 관철할 수 있을까?
역대 정부는 ‘총액인건비제’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해 왔다. 지난해 12월 대법 통상임금 판결로 철도노동자들이 추가로 받아야 할 임금이 1000억 원에 이른다. 만약 이 돈을 총액인건비 안에서 모두 해결하라고 한다면 철도노동자들은 1000억 원가량의 임금손실을 추가로 입을 수밖에 없다. 총액인건비제라는 족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한 공공부문 임금인상은 요원하다.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재계 23위인 에쓰오일이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 전형과 인적성 검사까지 끝낸 뒤 갑자기 이메일로 채용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경영 환경 악화를 핑계로 내세웠지만, 수백조 원을 가진 최대주주 사우디 아람코에 대한 주식배당은 잊지 않았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 인원이 줄어,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0.37로(구직자 3인이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1998년 IMF 이후 최악이다.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9.5%로 하락했다. 청년 두 명 중 한 명만 겨우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4%까지 올라, 노인 2인 중 1인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계활동을 하고 있다.
청년일자리와 노인일자리의 대부분은 임금은 낮고, 노동은 고되며, 고용은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다. 지난해 2,098명(하루 6명꼴)이 죽었는데, 비정규직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을 위험도 더 크다.
따라서 임금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낮춰 모든 노동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나눠 갖는 것이 절실하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국회에서 수다 떤다고 노동자의 권리를 얻을 수 있나?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6월 24일 민주노총 중앙위에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 건’을 직권으로 상정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본가들이나 보수 정치인들이 말해온 ‘사회적 대화’란 정리해고제,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비정규직 확대 등처럼 노동자 생존권을 짓밟기 위해 노조 관료들을 들러리로 동원하는 장치였다.
현실적으로 볼 때, 자본가들과 정부는 ‘국회 사회적 대화’를 이용해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서부터 과로를 합법화하려 할 것이다. 또한, 노란봉투법, 정년연장 등을 미끼로 양대노총 지도부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여, 투쟁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노동자를 공격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사회적 대화 참여’를 밀어붙이려 하는 것도 문제다.
자본가들은 ‘이윤 극대화’를 지상명령으로 여기고 짬짜미 가격 인상이든, 충격적 채용 중단이든 막가파처럼 자기 길을 가고 있다. 정부는 때로는 이재명처럼 ‘친기업’과 ‘친노동’을 동시에 표방하며 노동자를 헷갈리게 만들면서도, 결국엔 자본가들의 이익에 충실하게 행보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선 특히 더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 노동자들도 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 보장 등을 내걸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을까?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계속 내모는 자본가 세상을 뒤바꾸는 것 말고 다른 전망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