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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이재명 정부 출범: 노동자의 희망은 노동자의 투쟁에 있다


  • 2025-06-26
  • 116 회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6월 4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6개월 만에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이재명이 당선됐다. 이제 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져도 될까?


이재명 당선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국힘이 잘못했기 때문


국민의힘은 대선 투표일 하루 전까지도 ‘윤석열 탄핵 반대 당론’을 폐기할지 유지할지를 놓고 내부 논란을 벌였다. 그만큼 노동자 민중에게 총부리를 겨눈 자를 계속 옹호하는 ‘윤석열 아바타들’이 국민의힘에 많은 것이다.


김문수의 노동공약은 자본가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했다.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를 주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는데, 이는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등에서 수많은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아도 괜찮다는 주장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최저임금제와 노동시간 규제 등의 특례 적용 권한을 주겠다고도 했는데, 이는 지방 자본가들이 아주 싼 임금으로 아주 오래 노동자들을 부려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도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3차 TV 대선 토론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 언어성폭력을 자행해 널리 반감을 샀다.


2017년 문재인의 당선처럼, 올해 이재명의 당선도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국힘, 이준석의 한계가 분명해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에 기대할 게 있을까?


옛날 시골 장날에 약장수는 “이 약으로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다”고 멋들어지게 말했다. 대선 후보들도 이런 약장수와 비슷하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외친 이재명이 대표적이다.


이재명은 노동자의 표심을 흔들려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제로!’, ‘65세로 법정 정년 연장’, ‘노란봉투법 재추진’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사회의 실세인 자본가단체들을 만나선 “사회적 대화를 충분히” 하고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민생의 핵심은 경제 살리기고, 그 중심엔 기업이 있다.”고 했다. 이재명의 친기업 행보를 고려하면, ‘친노동 공약’은 거의 대부분 선거용 공수표일 것이다.


민주당은 ‘진짜 보수는 민주당’이라는 기조 아래, 용산 철거민 참사를 ‘자살폭탄테러’라고 비난했던 이인기 전 의원을 비롯해 보수 인사를 대거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김문수와 국힘을 ‘내란 극우’로 낙인찍어 고립시키고, ‘빅텐트’를 만들어 ‘국민통합’을 이루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는 자본가 계급의 정치적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하는 온갖 부르주아 정치인의 강력한 통합정부가 될 것이다.


이재명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뒤를 그대로 따를 것이다. 선거 전후론 노동자의 벗인 척하기도 하지만, 금세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임금, 노동시간, 고용 등 여러 측면에서 노동자를 공격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구조적 불황과 트럼프의 관세폭탄 때문에 한국 자본주의 경제가 꽤 어렵기에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노동자의 희망은 어디에


진보당 김재연은 ‘내란 세력 청산’을 구실로 후보를 사퇴하고 이재명 선거운동을 벌였다.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도 이재명 지지를 공식 방침으로 채택하려다 강력한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민주노동당 권영국은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일부 내걸긴 했지만 노동자 계급의 힘으로 가진 자들의 세상을 갈아엎자고 당당히 주장하지 않았고, TV 대선 토론에선 이재명의 친기업 실체까지 날카롭게 폭로하기보다 상당히 협조적이기도 했다.


결국 노동계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얻어 당선된 이재명은 ‘진짜 대한민국’이란 허울 좋은 슬로건 아래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돌진할 수 있는 자유, 즉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는 면허증을 얻었다고 여길 것이다.


선거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빠르게 드러날 것이다. 그럴수록 노동자의 희망은 노동자의 투쟁에 있다는 점도 빠르게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재명 정부의 등장은 이 정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시작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