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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임금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투’


  • 2025-06-26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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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12년 만에 총파업을 전개한 서울시내버스 노조. 올해도 통상임금 문제 때문에 준법투쟁을 넘어 파업까지 갈지 몰라 관심을 받고 있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5월 7일


누가 대선 후보인가, 누가 당선될 건가와 무관하게 날마다 ‘총성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물가, 최저임금, 통상임금 등 노동자 생존권을 겨눈 전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전투에 제대로 맞서는 것은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물가 뛰는 만큼 임금이 깎이고 있다


5월 1일부터 7일까지 황금연휴 기간은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야 할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근심했을 노동자도 많았을 것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을 하든, 장을 봐서 집에서 요리하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4월에 축산물(4.8%)과 수산물(6.4%)이 크게 올랐다. 서울우유가 54개 제품을 평균 7.5% 올렸다. 3월에 김치는 1년 전에 비해 15.3%나 올랐다. 빵, 커피, 햄버거, 라면, 피자 다 올랐다. 사립대 등록금도 5.2% 올랐다.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6월 28일부터 150원 오른다. 


물가 인상은 곧 임금 삭감이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다.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자본가들이 줄줄이 물가를 올려 노동자 주머니를 털고 있다. 노동자가 생존권을 지키려면 물가 뛰는 만큼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임금을 물가에 연동해 자동으로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제를 무너뜨리려는 속셈


올해 최저임금은 겨우 10,030원으로 지난해 9,860원에서 170원(1.7%) 올랐을 뿐이다. 물가상승률 2.3%에도 못 미쳐 사실상 삭감됐다.


4월 22일에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시작했는데, 자본가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음식점, 택시운송, 편의점 노동자에겐 최저임금도 주지 말자는 것이다. 큰 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지는 법이다. 저들은 차등 적용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무너뜨리려 한다.


노동자들은 차등 적용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13,000원 이상으로 대폭 올리자고 해야 한다.


통상임금 ‘폭탄’을 둘러싼 투쟁


서울 시내버스가 통상임금 문제로 4월 30일 하루 경고성 준법투쟁을 했다. 올해는 이처럼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통상임금 이슈로 투쟁할까봐 수많은 자본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통상임금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이 ‘폭탄급’ 판결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추가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이 늘어나게 됐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지금 국내 기업의 인건비가 총 6조 8000억 원이나 늘어날 예정이라며 울상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 1인당 연평균 임금은 317만 원 오를 거라고 한다.


일부 사업장에선 대법 판결이 임금에 즉시 영향을 미쳤다. 가령, 현대차 노동자들은 대법 판결 이후 수당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잔업과 야근, 주말과 휴일 근무가 많을 수밖에 없는 철도(1,000억), 이마트(1529억), 롯데쇼핑(532억) 등에서 인건비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윤 감소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대법 판결을 무력화하려고 인력 감축, 신규고용 축소, 외주화, 시간외 근무 통제와 노동강도 강화 등 온갖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경총은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구장창 떠들고 있다. 저들은 노동자 주머니를 터는 데 혈안이다. 2013년 대법 통상임금 판결 직후에도 그랬다.


위기는 기회다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가 총인건비제를 내세워 통상임금 판결을 무력화하려 한다. 통상임금을 총인건비 안에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는 철도노동자의 통상임금 소송액 600억을 빼앗아간 바 있다. 이번엔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를 상대로 훨씬 더 크게 강탈해가려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총인건비제에 맞서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가 단결투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물가 오른 만큼 임금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늘리기, 기업 회계장부 공개 등을 내걸고 모든 민간·공공 노동자가 나설 수 있다. 임금을 겨냥한 자본과 정권의 ‘총성 없는 전투’에 맞서면서, 노동자들은 생활수준 하락을 막을 뿐만 아니라 가진 자들의 세상을 뒤바꿀 힘을 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