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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세상을 바꾸는 건 선거가 아닌 투쟁!


  • 2025-06-26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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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사설, 2025년 4월 23일


6월 3일 ‘장미 대선’이 열린다. 그런데 이 선거가 노동자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까? ‘내가 적임자’라는 후보들이 물가가 폭등한 만큼 임금을 대폭 올릴 수 있을까? 인력을 충원해 임금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려 할까? 누구도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지 않는 세상, 고용불안과 온갖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이라도 꿀까?


선거론 절대 갈아치울 수 없는 자들


누구도 선거로 세상을 확 바꿀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선거로 대통령을 바꿀 순 있지만, 이 자본주의 사회의 실세인 자본가들을 교체할 순 없기 때문이다. 가령, 홈플러스와 협력업체 등 10만 노동자의 밥줄을 위협하고 있는 MBK 경영진을 선거론 갈아치울 수 없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한 이수기업 노동자들을 집단해고로 헌신짝처럼 버리고, 구사대 500명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폭행한 현대차 경영진을 투표로 내쫓을 순 없다. 


그리고 대통령이 누가 되든 총액인건비제 등으로 공공부문 임금을 철저히 억눌러온 국토부, 기재부 관료들을 선거로 소환하거나 파면할 수 없다. 결국 부르주아 선거는 자본가들과 그 정부 관료들의 독재 사회라는 이 사회의 실체를 가리기 위한 꽃 장식이다. 선거란 수년에 한 번씩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통제할 지배자를 뽑는 절차다.


자본가들은 투자 약속, 정치자금, 언론방송 등 여러 수단을 통해 대선 주자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보수 양당의 대선 주자들은 자본가들의 눈치를 보고, 자본가들에게 충성 맹세를 한다.


반면 노동자들은 대선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 대선 기탁금 3억 원을 마련하는 것도, TV토론에 참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요 언론방송은 보수양당의 후보들만을 지겹도록 다룬다. 전체 노동자의 20%에 가까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회가 굴러가는 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겐 투표권이 아예 없다. 결국, 부르주아 선거는 처음부터 자본가 계급에게 매우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재명한테 기대할 게 있을까?


국민의힘의 ‘짝퉁 주4.5일제’ 공약은 금요일에 4시간만 일하는 대신 월~목에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게 하므로 노동시간을 조금도 줄이지 않는다. 국힘은 주52시간제를 폐지해 과로사를 조장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해 알바노동자의 임금을 더 깎으려 한다.


이재명의 노동정책은 과연 국힘과 아주 많이 다를까? 이재명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3‧4‧5전략’(3% 성장, 4대 수출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내세우고 있다. 선거일이 코앞이라 풍선을 크게 띄우는 것인데, 낱낱이 보면 저들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성장과 통합’ 유종일 대표는 ‘연공서열[근속연수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올라가는 제도]을 개혁해야 정년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호봉제(연공급제) 폐지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재명은 2월 10일 국회 연설에서 ‘노동유연성 확대’도 처음으로 슬쩍 언급했는데, 그것은 자본가들이 숱하게 주문해 왔던 ‘쉬운 해고’를 뜻한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대선이 끝나면 반도체 산업부터 시작해 주52시간제를 허물려 할 수 있고, ‘주4.5일제’ 공약을 공문구로 만들거나 자본가의 입맛에 철저히 맞춰서 변질시킬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건


이재명은 최근 유세에서 “모든 이들이 주인으로 공평하게 대접받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착취하는 자본가와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모두 주인이 될 순 없다.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처럼 자본가들을 주인으로 대접하고, 노동자들은 ‘현대판 노예’로 취급할 것이다.


지금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건 이재명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경계다. 이재명에 기대를 걸고 환상을 품는 만큼 노동자들의 힘은 약해지고, 그만큼 크게 뒤통수를 맞을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물가-임금 연동제, 모든 해고 금지, 공공서비스분야 일자리 창출 같은 요구를 내걸고 노동자 계급이 단결한다면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자기 힘을 자각한다면 이 세상 전체를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