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의 정도가 전반적 해방의 자연적 척도”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여성은 어떤 처지에 있는가?
여성 노동자 임금은 남성노동자의 65%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는 남성노동자 임금의 65%만 받고 있다(279만/426만). 남성 노동자가 여성 노동자보다 1.5배 더 받고 있는 것이다. 남녀 임금격차는 3년째 확대되고 있다. 2023년 남성 노동자의 평균소득은 426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0%(12만 원) 증가한 반면, 여성 노동자의 평균소득은 279만 원으로 2.8%(8만 원) 상승했을 뿐이다.
여성 노동자 중 43%는 비정규직
2024년 기준 남성 비정규직 비율은 40.0%인 반면,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3.3%로 여성이 더 높았다. 여성 노동자들은 주로 서비스직과 행정지원직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경향이 높다. 육아 및 가사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여성은 임금만이 아니라 고용에서도 구조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육아 및 가사부담 편중
2024년 4월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가사노동을 주로 또는 대체로 아내가 한다고 답한 비율이 73.3%로, 2020년 조사 결과보다 되려 2.8%p 상승했다. 12살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원을 대상으로 9개 항목(아이 돌봄, 등·하원 등)의 분담 정도를 질문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아내의 전담 비율이 남편보다 높게 나타났다.
육아 부담 편중에 대한 인식에서도 차이가 크게 드러났다. 어느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해 여성 10명 중 7명이 지지했지만, 남성은 10명 중 2명만 지지했다.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
2023년 3월, 정부는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을 500개 규모로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2년 동안 국공립 어린이집을 500개 늘린 해는 없었다. 2023년에는 242개, 작년에는 334개 늘렸을 뿐이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는 지금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외국인 가사사용인[개인 가정의 가정부, 파출부] 도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돌봄노동자가 저임금과 차별로 고통받는데 아이와 부모가 행복할 리 없다. 지난해 9월에 서울시가 졸속으로 도입한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도 마찬가지다.
직장 내 성폭력 증가
직장갑질119의 2024년 11월 설문조사를 보면, 1년간 직장 내 성희롱 경험자는 1년 전에 비해 14.2%에서 20.8%로 늘었고, 성추행·성폭행 역시 같은 기간 13.8%에서 19.2%로 증가했다. 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 합치면 28.0%에서 40.0%로 늘었다.
법이 있어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중 55.8%는 신고하는 대신 참았고, 12.7%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해엔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가 뜨거운 사회 이슈가 됐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여성억압이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
여성억압의 근본 뿌리는 자본주의
여성억압은 인류 역사에서 항상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원시 공산제 사회에선 여성억압이 없었다. 여성억압은 계급 사회의 산물이다. 생산력 발달로 잉여생산물이 생겨나고, 그 잉여생산물을 사적으로 소유한 남성들이 자기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하려고 하면서 여성들을 체계적으로 억압했다.
그리고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이윤이 잘 남지 않는 노동력 재생산(자녀 양육 등)의 책임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면서 여성이 가사노동과 육아의 부담을 남성보다 더 많이 떠안게 하고 있다. 이는 남녀 임금격차, 여성 노동자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 및 낮은 고용률 등을 낳는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체제로 바꾸고, 가사노동을 전면 사회화할 때만 여성억압의 토대를 허물 수 있다.
한국 여성 노동자는 끝없이 싸워왔다
94년 전 평양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삭감에 맞서 연대투쟁을 감행했다. 40년 전, 서슬 퍼런 군사독재 정권에서 역사적 구로동맹파업을 성사시킨 주역은 여성노동자들이었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에도 여성 노동자들은 계속 싸우고 있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직후인 12월 6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지난해 7월, 전국삼성전자노조 파업의 첫 줄에는, 매우 열악한 수작업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해 왔던 기흥사업장 6,7,8 라인 여성노동자들이 섰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세종호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여성 노동자들과 지혜복 교사 등이 지금도 계속 투쟁하고 있다.
1000만 여성노동자와 1200만 남성노동자가 단결해야
2024년 10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는 1,015만 명에 이르렀다. 1963년과 비교하면 17.7배 늘었다. 여성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업종에서 생산의 주인이기에 여성노동자들이 없다면 이 사회는 단 한 시간도 굴러갈 수 없다. 이 1,000만이 넘는 여성노동자가 자신들의 권리와 힘을 자각하고 일어서야 한다.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단결도 강화해야 한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노동 착취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분열을 끊임없이 획책한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했던 윤석열이 대표적이다. 노동자들은 단결을 통해서만 모두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하락하면 남성 노동자도 임금 하락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성 노동자의 이익은 곧 남성 노동자의 이익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여성해방 없이 노동해방 없고, 노동해방 없이 여성해방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