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3월 11일(화) 저녁 7시 광화문 집회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3월 12일
실탄 20만 발을 보유한 무장군인 1,605명과 경찰 3,790명을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던 ‘내란 수괴’가 석방됐다. 이재명부터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500여 명을 ‘수거’해 서해 바다에 빠뜨리거나 폭살‧독살하려 했던 악랄한 범죄자가 풀려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법원과 검찰의 실체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는 구속 기간은 ‘날 기준’이 아니라 ‘시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윤석열 구속을 취소했다. 그런데 그동안 법원과 검찰은 형사소송법이 구속기간을 '날'단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피고인들의 구속기간을 계산할 땐 '시간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전례를 깡그리 무시한 채 윤석열을 풀어준 건 명백한 특혜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같은 판사가 이재용한테도 엄청난 특혜를 줬다. 지귀연 판사는 2023년 2월에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 이재용의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6월 대법원은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 및 합병이 불법이라고 인정했고, 박근혜는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탄핵됐으며, 이재용도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지귀연 판사는 이런 역사를 정면으로 거슬렀다. 이는 유전무죄의 끝판왕이다. 법은 가진 자들의 의지를 물불 가리지 않고 관철시키는 수단이다.
한편, 검찰도 즉시 항고를 포기하고 윤석열을 석방시켰다. 이는 검찰 또한 ‘내란 공범’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다. 검찰은 윤석열 체포를 방해했던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세 번이나 반려했다. 법원과 검찰 모두 지배자들의 도구다.
극우와 국가의 유착
이번 윤석열 석방의 배경에는 극우의 준동이 있다. 극우는 광화문, 여의도 주말 집회와 지역 순회 집회, 대학가 난동을 통해 세력을 확대해 왔다. 이런 집회에 국힘 의원 일부도 동참했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에는 김문수를 비롯한 극우 인사가 여전히 꽤 포진해 있다. 이번 윤석열 석방은 준동하는 극우가 법원과 검찰 같은 국가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준다.
만약 헌재가 윤석열 탄핵을 기각한다면, 윤석열은 업무에 바로 복귀해 친위 쿠데타를 통해 노렸던 바를 달성하려고 기를 쓸 것이다. 윤석열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섬기는 자본가들을 위해 극우와 더 손잡고 노동자운동을 탄압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하루빨리 확실히 끝장내기 위해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하면, 극우는 더 준동할 것이다. 극우는 거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구 곳곳에 포진해 있고, 자본가 계급도 필요하면 극우 세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므로 쉽사리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의 집권, 독일 극우의 급성장 등을 보면, 극우 득세는 경제위기가 심각한 세계에서 꽤나 보편적이다.
조기대선으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민주당 정부의 통치스타일은 윤석열 정부와 조금 다를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리는 절대 없다. 국민연금 내는 돈은 9%에서 13%로 대폭 올리고(즉 44%나 인상), 받는 돈은 40%에서 43% 또는 43.5%로 조금 올리는 데(고작 7.5% 정도 상승) ‘내란공범’ 국힘과 합의하기 직전까지 가지 않았는가? 국힘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니, 민주당도 곧바로 동의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야 모두 자본가들과 부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부자감세’ 경쟁을 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를 겨냥한 또 하나의 내란 아닌가?
따라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법과 국가는 여전히 지배계급의 도구일 뿐이며 경제가 나빠질수록 노동자들을 더 강하게 쥐어짜고 억압하려 할 것이다. 결국, 우리 노동자들은 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등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자본가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든 정치세력에 맞서야 한다. 노동자들이 거대한 투쟁을 통해 권력을 잡고,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해 생산을 조직할 때만, 국가는 한줌 지배자의 도구이길 멈추고, 노동자를 겨냥한 모든 내란은 종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