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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병원 파업 – 노동자 살려야 환자도 살린다


  • 2025-02-23
  • 168 회
“정말 힘들게 버텨왔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파업을 앞둔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절박한 호소다.
보건·의료·돌봄·병원 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1월 11일 총파업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인력충원과 정규직화 등이 수많은 병원에서 절실하며, 9월 2일 복지부가 보건의료노조와 합의한 공공병원 확충도 제대로 실행하려면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화장실은커녕…

인원이 너무 부족해 “출근하면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아예 에너지바를 주머니에 챙겨 출근”하고, “화장실은커녕 생리대도 갈지 못하며 일”한다. 담당 환자가 많다 보니 미처 다 돌보지 못한 환자들의 눈빛이 퇴근할 때 떠올라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한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법으로 제한한 나라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간호사 1인당 5명, 호주는 1인당 4-6명, 일본은 1인당 3명의 환자를 맡는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서울대병원 같은 큰 병원도 간호사 1인당 환자를 13-17명까지 맡고, 요양병원은 40-60명을 맡는다.
서울대병원과 시립보라매병원에서 4,290명의 간호인력이 교대근무를 하고 있지만 병가, 청가 등 휴가대체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다. 의료기사, 미화, 시설, 환자이송 같은 직종도 인력이 없어 진단서만큼 병가를 못 쓰고, 심지어는 근무 중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다시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2년 내 50% 이상 이직

코로나 발생 이후 1년 반 동안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 3곳에서만 간호사 674명이 사직했다. 코로나 전에도 심각했다. 병원들은 길게는 1년 3개월까지 수습기간을 두고 간호사들을 저임금으로 장시간 부려먹었다. 그 결과 국립대병원 간호사가 입사 2년 안에 퇴직하는 비율이 2019년 53.4%, 2020년 54.5%, 2021년 54.5%로 절반 이상이었다.
한국에서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43만 명이나 된다. 하지만 실제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활동간호사는 22만 명뿐이다. 한국의 활동간호사는 인구 1000명당 4.2명으로 OECD 평균(7.9명)의 절반밖에 안 된다.
그래서 파업 앞둔 노동자들은 간호사와 환자 모두를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7명으로 줄여 인력을 충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공공병원 확충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다. 경북대병원 등 대구 3개 상급 종합병원 7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대구동산병원은 간호조무사, 조무원, 조리원, 전산원 등 6개 직종 모두가 비정규직이다.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한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정부가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해 민간의료기관에 손실을 보상한 것은 9,304억 원이나 되지만 지난 2년간 공공병원을 신축하는 데 쓴 예산은 0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공공병원 병상 비중은 9.7%밖에 안 된다. 이는 OECD 평균인 71.6%에 한참 못 미치며, 꼴찌 수준이다. 농어촌이나 도서 지역에서 의사 대신 의료행위를 하는 ‘보건진료 전담공무원’(간호사)도 전국에 1800명에 이른다. 정부가 K-방역을 자랑하지만, 한국의 공공의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 경영진은 노동자를 갈아 넣어 이윤을 많이 남기기에 급급하고, 정부는 인력충원과 공공병원 확충은 외면한 채 파업만 때려 막으려 한다. 결국 환자의 생명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건 노동자들의 투쟁뿐이다. 병원 파업을 모든 노동자가 지지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투쟁> 온라인 기사(2021년 10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