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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파업권 박탈 – 주먹 없이 링에 오르라는 것


  • 2025-02-23
  • 168 회
방산노동자들에게도 파업권을!

2018, 1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디펜스 사측은 노조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교섭을 해를 넘기면서까지 질질 끌었다. 이에 노조는 교섭 상황을 공유하고,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부분파업을 벌이고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자 사측은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파업할 수 없다’는 노조법 41조 2항을 들이대며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 4명을 고소했다.
정당한 파업이 불법이라니! 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담당판사가 관련법이 위헌인지 심판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한화계열사뿐만 아니라 현대로템, S&T중공업 등 오랜 기간 같은 족쇄에 묶여있던 방산 노동자 수만 명이 파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

노동자를 기만하는 노동3권

헌법에는 노동3권이 있지만 한국 노동자 대부분에겐 노동3권이 없다. 2천만 노동자 중 민주노총이 약 104만, 한국 노총이 약 101만, 기업노조가 약 38만으로, 노조 조직률은 12%밖에 안 된다. 많은 노동자는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해도 여전히 조합을 만들기도 어렵다. 어렵게 조합을 만들어도 법률과 시행령이 파업을 제한한다.
노조법상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철도, 보건의료, 항공운수, 전기, 석유, 은행 등 공공부문 핵심부서의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법 11조는 모든 파업을 금지해서 여태껏 파업 참여로 해직된 공무원 노동자만 136명이다. 17년 동안의 투쟁으로 최근에 복직이 시작됐다. 소방 노동자들도 최근 조합을 설립했지만 같은 법률 때문에 파업이 어렵다. 전교조도 단체행동권이 없어 연가투쟁조차 불법으로 매도당한다. 이렇게 헌법으로 노동자를 존중하는 척하면서 법률로 노동자 발목을 붙잡고 있다.

공익을 가장한 자본가이익

자본과 정부는 국가 중대 사업, 공공 이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파업금지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공익이란 무엇인가? 엔진을 납품하고 장갑차를 수출하면 누가 이윤을 갖는가? 한 줌 재벌가, 대투자자, 고위 임원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법과 권력으로 노동자를 착취해서 번 돈을 어디에 쓰는가? 돈으로 돈을 벌기 위한 자본금, 경영세습 자금, 로비자금, 고가의 사치품, 개인소유 대저택과 별장 등 개인적 이익을 위해 쓴다.

노동자 이익 = 공공 이익

모든 것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늘 고용과 생계에 불안을 느껴 파업할 수밖에 없다. 파업할 수 있어야만 사회의 압도적 다수인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 노동자들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이다.
하지만 파업권이 없다면 사측이 아무리 노동자를 공격해도 사측에 대항할 수단이 없다. 창원 한화사업장에선 삼성 시절부터 사측이 “너희는 파업도 못 한다. 노조 만들어서 뭘 하겠냐”고 했다. 결국 파업금지 법령은 국가가 나서서 자본가들의 독재 권력을 지키는 것이다. 헌법에만 노동3권을 두고 법령으로 파업을 금지하는 건,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눈을 가리고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 기만이자 억압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과 그 직후에 노동자들은 노동악법에 갇히지 않고 투쟁했다. 노동자들은 먼저 일손을 놓고, 공장을 점거해 자본가를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파업을 옆 회사로, 옆 도시로 확산시키며 노동자의 힘을 모았다. 지금도 파업권을 박탈하는 온갖 노동악법의 굴레를 깨고, 노동자의 모든 경제적·정치적 권리를 쟁취하려면 노동자들에겐 이런 투지가 필요하다.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1년 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