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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최저임금 - 노동자를 빈곤의 늪에 가두고 있다


  • 2025-02-23
  • 179 회
9,160원. 이번에 정해진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겨우 440원 올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 원밖에 안 된다. 양대 노총이 표준생계비 211만 원에 경제성장률 4%, 소비자 물가 인상률 1.8% 등을 반영해 제시했던 내년도 최저임금 226만 원(시급 10,800원)에 훨씬 못 미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 ‘3년 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다. 그러나 3년을 넘어 5년 임기가 다 끝나 가는데도 공약을 안 지켰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3%로 박근혜 정부의 7.4%보다도 낮다. 상여금, 복리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 산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악한 것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저임금의 굴레, 양극화의 늪, 차별의 벽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최대 355만 명이다. 이들에겐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 240원, 130원, 440원 올려 다 합쳐도 810원일 뿐이다. 최저임금을 이렇게 적게 올리는 건 이들을 평생 저임금의 굴레에 묶어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실업과 빈곤이 증가하고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가령, 2020년 통계청은 최하위 분위(1분위)의 노동소득이 53만 원에서 51만 3,000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재인은 입만 열면 ‘양극화 해소’가 국정 핵심과제라고 말했지만, 자본가들의 요구에 따라 최저임금에 족쇄를 채워 양극화를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켰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도 자주 거론했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대기업 공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부가 수년째 최저임금을 억제한다면 임금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공기업 노동자의 임금인상도 막고, 최저임금 인상도 막으려 할 뿐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

일부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며 알바를 자르거나, 주 15시간 미만의 알바로 대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그림의 한 조각일 뿐인데, 자본가들과 언론은 이 조각만 부각시킨다.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고용이 반드시 줄어드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이 각각 16%, 10% 넘게 올랐던 2018년과 2019년에 고용은 줄긴커녕 오히려 각각 10만, 30만 명 증가했다.

550만 자영업자 중에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 1인 자영업자가 2018년 말 약 400만 명이었고, 코로나 여파로 올해 5월엔 427만 명까지 급증했다. 자영업자 열에 여덟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인건비는 안 늘어난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경우라도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수수료,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조물주보다 높이 있다는 건물주에게 바치는 임대료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과 건물주의 사유재산권을 중시해 프랜차이즈 수수료·임대료 인하 같은 요구를 무시해 왔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하청업체의 단가를 올려야 할까 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친다고 선동하며 최저임금을 억누르는 데 적극 동참해 왔다.

임금도 고용도 양보할 수 없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알바만 양산”되고 있기에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주휴수당 폐지에 가세했다. 자본가들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적용하자”고 주구장창 떠들어대고 있다.

저들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하는 척 온갖 쇼를 하지만, 쥐꼬리만 한 최저임금도 더 깎고 이미 터질 듯 부풀어오른 자본가들의 배를 더 채우려고 혈안일 뿐이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모두 파괴하고 있다. 노동자는 고용이든 임금이든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 넉넉한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를 원한다면, 노동자들은 자본가들과 정부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격주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1년 8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