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의 시기에서 투쟁의 시기로?
6월 3일, 기자들이 “지방선거 승리로 국정 동력을 확보했는가?”라고 묻자, 윤석열은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들어가 있다.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 말은 윤석열 정부가 지방선거 승리에 자족하지 않고 앞으로 모든 국민을 위해 민생을 열심히 챙기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경제위기 태풍의 시대에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무엇보다 노동자들을 겨냥해 크게 싸워 크게 이기겠다는 속셈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일까?
경제위기 태풍
무엇보다 물가가 계속 뛰고 있다. 수입 쇠고기(28%), 돼지고기(21%), 닭고기(16%) 등 축산물이 1년 전보다 12.1%나 올랐다. 국수(33%), 식용유(23%), 라면(10%) 등 가공식품도 많이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9.6%나 올랐고, 석유류는 무려 34.8%나 올랐다.
생산, 소비, 투자는 동시에 줄어들고, 물가, 환율, 금리는 동시에 높아 스테그플레이션(물가만 오르고 경기는 나빠지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경제위기는 세계적 현상인데, 코로나 이전의 장기불황에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까지 겹치면서 심각해져 있다.
윤석열은 “집에 창문이 흔들리는 거 못 느끼십니까”라고 말했는데, 태풍 때문에 집이 침수당하고 몸이 떠내려갈지 모르는 노동자가 많다.
화물연대 파업
6월 7일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화물연대 파업의 배경에는 기름값 폭등이 있다. 화물운송차량에 주로 쓰는 경유는 3일 기준 리터당 2,013원으로 1년 전(1,300원대)보다 50% 이상이나 올랐다. 기름값 폭등에 따른 손해를 떠안을 수 없으니 안전 운임제를 유지‧확대하자는 것이 화물연대의 핵심 주장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가 낮은 운임 탓에 과로나 과속에 내몰려 사고가 나는 것을 줄이고자 2020년에 도입한 ‘화물 기사들의 최저임금제’로서 연료비와 연동되는데, 올해 연말에 종료된다(일몰제). 화물연대는 이 일몰제를 폐지해, 안전운임제를 계속 유지하고 모든 차종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도 파업하고 있다. 사측의 계약해지 등에 항의해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월요일에 부분 파업을 하고 있으며, 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임금교섭이 결렬돼 6월 14일에 경고 파업을 한다.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30% 임금인상을 내걸고 6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런 파업들은 매우 정당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본가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 생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파업들은 시사점이 많다. 노동자의 살길은 단결투쟁뿐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와 노동자의 길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 태풍의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입만 열면 기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겠다고 말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천공항·KTX 지분 30~40% 민간 매각’ 발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철도 관제권과 시설 유지보수의 공단 이관’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직무성과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한다.
한편 경찰은 5월 23일 택배노조 위원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하고, 6월 1일 부산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체포하는 등 노동탄압에 나섰다. 이것은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충성 선언과도 같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물가 뛰는 만큼 임금 대폭 올려라,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자 같은 요구를 분명히 내걸고 단결해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잘 보여주듯 노동자들은 이 세상의 모든 부를 생산하기에 막강한 잠재력이 있다. 노동자들이 이 잠재력을 사용하려고만 한다면, 투표로는 조금도 얻을 수 없었던 것을 모두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2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