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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물가가 뛰고 있다. 월급 대폭 올려야!


  • 2025-02-23
  • 170 회
설 쇠려고 대형마트나 시장에 갔더니 고기, 과일 할 것 없이 모두 올라 “줄이고 줄여도 물가가 너무 살벌해 뭘 집기가 겁난다”고들 말한다. 설이 지난 뒤 버거와 빵, 아이스크림, 고추장 등 각종 식료품 물가도 오를 전망이다. 만 원으론 밖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기 어렵다.
밥상 물가가 작년에 5.9%나 올라 10년 만에 최대라는데, 올해 전기 요금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10%나 오르고, 도시가스 요금도 16%가량 오를 예정이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정말 월급 빼고 다 오르고 있다.

물가가 왜 뛰나?

코로나19로 위축된 수요가 회복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물가가 오른다고 여러 언론이 보도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론 부족하다.
휘발유, 경유, LPG(액화석유가스) 등 석유제품 가격이 현재의 물가인상을 이끌고 있다. 2020년 11월에 배럴당 40달러였던 브렌트유가 올 1월에 90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안으로 100달러까지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원유 값이 뛰는 배경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유 생산자들의 고의적인 공급 제한이 있다. 원유 생산자들은 생산능력이 충분한데도, 비싸게 팔려고 일부러 적게 생산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는 수개월째 원유 증산을 하루 4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석유‧가스 회사들은 자기 이윤은 확실히 챙기면서, 원유가격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긴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지난해 3분기에만 영업이익을 수천억 원씩 거뒀다.
철, 구리, 알루미늄 등 다른 금속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 밀, 콩, 옥수수 같은 농산물 가격도 올랐다. 원료비가 상승하면 기업들은 (경쟁 상황을 고려하긴 하지만) 이윤을 보전하려고 가격을 인상해 최종 소비자 특히 노동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힌다.

독점과 금융시장의 투기

물가인상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공급망의 혼란도 단지 경제회복의 결과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원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독점 기업은 독점 상황을 악용해 가격을 끌어올린다. 가령, 코로나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자 해상운송 물량도 늘어났는데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운송료를 대폭 올려 물가 인상을 부채질했다.
물가인상에는 금융시장의 투기도 한몫한다. 금융시장은 석유, 금속, 농산물 등을 대규모로 거래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더 나빠진 경제를 살리겠다고 각국 정부가 수백조 원씩 쏟아부은 막대한 돈이 금융투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래서 이런 투기도 실제 수요‧공급 관계와 무관하게 물가를 올려 왔다.

물가인상에 맞서려면 임금 올려야!

이처럼 자본가들의 이윤욕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계 때문에 물가가 뛰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실질임금은 줄어드는데, 올해 공공부문 임금가이드라인 1.4%가 보여주듯 정부가 실질임금을 더 하락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물가인상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으로 삶이 더 팍팍해지는 걸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 물가 인상 이상으로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특히 신뢰하기 어려운 정부의 가짜 물가 통계가 아니라, 밥상 물가처럼 노동자들이 날마다 피부로 느끼는 생계비 상승을 반영해 임금을 많이 올려야 한다. 최근 미국 농기계업체 존디어 공장 노동자 1만 명은 5주간 파업해 즉시 임금 10% 인상, 가결 보너스 8,500달러(약 1,000만 원) 등을 쟁취했다. 이처럼 물가인상에 맞서 임금을 대폭 올리려면 노동자의 폭넓은 단결과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철도 구로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2년 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