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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핵추진 잠수함과 한미 관세협상에 노동자의 이익은 없다


  • 2025-11-08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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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11월 5일


이재명은 10월 29일 생방송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트럼프한테 요청했다. 그다음 몇 시간 후에 한미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됐고, 하루 뒤에 트럼프가 핵추진 잠수함을 승인했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외교 성과’라 포장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판 같은 관세협상과 핵추진 잠수함 승인 모두 문제가 많다.


자본가의 이익, 노동자의 희생


먼저,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보자. 미국이 강요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는 그대로 관철됐다. 15% 자동차 관세도 그대로다. 미국 석유·천연가스, 무기 구매까지 합치면 총 6,000억 달러(약 854조 원)를 미국에 퍼주기로 했다. 


현장인력을 대폭 확충해 청년실업과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모두 해결하는 데 쓸 수 있는 막대한 혈세를, 미 제국주의와 한국 대자본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협상 다음날 한화오션 주가는 13.50%, 현대차는 12.60% 급등했다. 현대차는 내년에 영업이익을 2조 4,000억 원(기아차를 포함하면 4조 4,000억 원) 늘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겐? 대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 지원을 늘리고 복지 예산을 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친기업·긴축 정책의 부담은 결국 노동자에게 떠넘겨진다. 대미 투자가 성공하면 이윤은 자본가가 다 챙기고, 실패하면 부담은 노동자가 다 떠안는다.


경주 APEC 준비 과정에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의 25세 베트남인 여성 이주노동자 뚜안 씨가 정부의 단속 과정에서 사망했다. 뚜안 씨는 국내 취업 비자를 갖고 있었지만, 30~40명의 단속반이 공장에 갑자기 쳐들어와 이주민이면 무조건 수갑을 채워 끌고 가자 3시간 넘게 숨어 있다가 추락해 숨졌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등 아시아·태평양 지배자들을 환대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핵추진 잠수함과 동북아 군비경쟁 가속화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분야 한미 협력 프로젝트(‘마스가’)는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조선업 기술이 결국 미국 군함과 전략 선박 건조에 동원될 것이다. 트럼프는 남중국해,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위협을 일삼고 있는데, 한국은 미 해군의 전쟁 능력을 강화해 주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이는 전쟁을 부추기는 행위다.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북한을 견제하려면 핵추진 잠수함이 꼭 필요하다. 승인해달라.’는 이재명의 말이 이를 강력히 시사한다. 


중국은 즉각 “지역 평화를 저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일본도 한국에 자극받아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 할 것이다. 동북아는 갈수록 화약고가 되어가고, 3차 대전은 점점 더 다가올 것이다. 그 전쟁에서 총알받이가 될 사람들은 노동자와 그 자녀들이다.


노동자에겐 조국이 없다


극우의 중국 혐오(혐중)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정부의 ‘중국 견제론’도 중국 노동자를 우리의 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진짜 적은 바로 국내에 있다. 우리를 착취하는 자본가계급이 적이다.


가령, 한화오션 자본가들이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며 떼돈을 벌어도, 그 돈은 환화오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산재 예방, 임금인상,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돈을 벌수록 더 많은 노동자를, 더 강하게 착취하려 할 뿐이다. 이처럼 자본가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은 다를 뿐 아니라 정면충돌한다. 따라서 역대 모든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가 추상적 ‘국익’ 논리를 앞세워 관세협상과 핵추진 잠수함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려 하는 것에 절대 속지 말자. 저들이 말하는 ‘국익’이란 자본가들의 이익일 뿐이다.


자본가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노동착취를 극대화하려 한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지엠은 한국에서, 닛산은 중국에서 공장을 돌리며 자본 천국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중국·미국 노동자 모두 자본에 착취당하는 처지는 같다. 노동자는 하나다. 한국·중국·미국 노동자들이 함께 싸울 때, 야만의 전쟁도 막고 자본의 착취도 끝낼 수 있다. 노동자의 조국은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