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뇌물 무죄 판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회초년생이 25세에 입사해 월 250만 원 받고 5년 9개월 근무하다가 31세에 50억 받고 퇴직했다. 그의 아버지 곽상도가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고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력자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겠는가? 그리고 뇌물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거액을 바치겠는가?
썩은내가 진동한다
50억이 뇌물이라는 사실을 밝혀주는 정황과 증거는 꽤 나왔다. 정영학의 녹음 파일을 보면 ‘곽상도가 아들 통해 돈을 달라고 해 골치 아프다’, ‘곽상도가 50억을 달라고 하는데 법에 걸리지 않도록 직원 보너스 형식으로 아들한테 주겠다’는 취지로 김만배가 발언한 내용도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김만배는 “자, 50개가[50억이] 몇 개냐 … 최재경(박근혜정부 민정수석), 박영수(전 특별검사), 곽상도,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러면 30억이지?”라고도 말했다. 이른바 ‘50억 클럽’이란 뇌물 비리 혐의자들이다.
그런데 그동안 검찰은 ‘50억 클럽’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50억 클럽이 대부분 법조계의 거물이기에 검찰이 ‘제 식구 봐주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기소한 곽상도에 대해서도 부실 수사를 했고,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유권무죄’(권력이 있으면 무죄)라는 말이 나돌고, 법원이 신종 뇌물 루트를 인정해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판검사가 정의의 수호자였던 적이 있나?
이번 무죄 판결로 여론이 들끓자, 홍준표조차 인기를 끌어보려고 이렇게 말했다. “요즘 판검사는 정의의 수호자라기보다 샐러리맨” 그런데 판검사가 언제 정의의 수호자였던 때가 있었나? 그들은 항상 지배계급의 이익을 충실히 수호해 왔다.
곽상도 아들이 퇴직금과 산재위로금 명목으로 50억을 적법하게 받았다고 판결했던 법원이, 다음날엔 김용균의 산재사망과 관련해 원청사업주가 무죄라고 판결했다. 어느 대법관은 버스요금 800원을 빼돌려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버스노동자가 해고당한 건 정당하다고 판결했는데, 대법원은 판결을 질질 끌며 수십 년 동안 불법파견을 저질러온 원청 자본가들의 뒤를 봐줘 왔다. 윤석열이 말하는 법이란 ‘유전무죄’로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지킬 뿐이다.
노동자들이 선출할 수도, 소환할 수도, 탄핵할 수도 없는 판검사들은 자본가 계급의 하수인일 수밖에 없다. 자본가 계급의 충견 역할을 하면서 썩을 대로 썩은 법조계는 조금 뜯어고칠 대상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박살내야 할 대상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싹 바꿔야
이재명은 “나 잡겠다는 수사력의 10분의1만 썼다면 곽상도 무죄 나왔겠나”라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곽상도의 50억은 무죄, 조국 600만은 유죄’라고 하면서 검찰의 이중잣대를 비판한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이렇게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역겹다고 해서 지금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방어해야 하는 건 아니다. 민주당도 노동자들을 착취, 억압, 기만해왔고 부패로 얼룩진 지배계급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에게 중요한 건 노동자 계급 자신의 이익이다. 노동자계급은 “나도 50억 받고 퇴사하고 싶다”며 허탈해하는 게 아니라, 임금을 대폭 올려라, 난방비를 비롯한 공공요금 폭등 반대한다고 외치며 일어날 힘을 갖고 있다.
노동자 계급이 믿을 건 오직 노동자 계급 자신의 단결투쟁뿐이다. 썩은 검찰의 수사 보강 약속을 믿을 수 없고, 특검을 도입해도 특별히 나아지기 어렵다. 노동자들이 자기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설 때만 노동자의 삶도 개선할 수 있고, 가진 자들의 더러운 질서도 바꿀 수 있다. 난방비 폭탄, 50억 무죄 판결 등으로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의 지지율이 줄곧 떨어지고 있는 지금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기회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