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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윤석열표 노동개악 – 자본가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 2025-02-23
  • 186 회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깨려고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이란 몽둥이까지 휘둘렀다. 그리고 이젠 노동개악의 칼을 빼들었다. 화물연대 파업 때 “저임금 노동자 피해” 운운하더니, 이제 노동개악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려 한다.

주 80시간 노동하라고?

12월 12일, 노동부 산하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 권고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연장노동 단위 기간을 1주에서 1개월, 3개월, 6개월,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간을 늘리면 자본가가 노동자를 주 80시간까지 부려먹을 수 있다.
현재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다. 노동자가 동의하면 주 12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연장노동 단위 기간을 1개월로 늘리면, 주 52시간 연장노동을 포함해 주 92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
11시간 연속 휴게를 보장해도 하루 11.5시간, 1주(7일 기준) 80.5시간까지 근무해야 한다(6일 기준이면 69시간). 가령, 아침 7시에 일어나 준비한 뒤 8시쯤 집을 나서고 9시에 회사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하다가(점심, 저녁식사 합쳐 1.5시간 제외) 11시쯤 집에 도착하는 식이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하면 인간관계도 황폐해질 뿐만 아니라 과로로 병들고 죽기 쉽다. 윤석열 정부는 자본천국, 노동지옥을 만들려 하고 있다.

호봉제 없애고 직무성과급제로 바꾼다고?

권고문은 일한 햇수가 많을수록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자고 했다. “청년 구직자의 취업 불안을 해소”해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이자는 것이 명분이다.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면 자본가와 정부가 청년에게 일자리를 보장하겠는가? 임금피크제 도입 때도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결국 장년 노동자의 임금만 반 토막 내고 청년 신규채용은 생색만 내다가 금세 중단했다.
문재인 정부든 윤석열 정부든 자본가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 전환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다. 직무와 성과 평가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더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는 속셈도 있다.
직무·성과급제 전환은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건 청년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모든 노동자를 맘대로 부리고, 멋대로 자를 수 있게 해 자본가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권고문은 정년연장도 권고했다. 그런데 호봉제 없애 임금을 반 토막 내고, 주 80시간까지 일하도록 강요하면서 장년 노동자들이 버티기 어렵게 할 텐데 정년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온 힘을 다해

권고문은 주휴수당 폐지도 제안했다. 1주일에 15시간 일하면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이걸 안 주려고 자본가들은 ‘노동시간 쪼개기’ 꼼수를 부려 왔다. 그런데 이런 악용을 핑계로 주휴수당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본가들이 해고하는 걸 핑계로, 최저임금제를 폐지하겠다는 것과 같다.
권고문은 파견 허용 업종도 늘리고, 파업 시 대체근로는 허용하되 파업노동자의 사업장 점거는 금지하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자본가들이 탐욕을 부려왔던 내용을 모두 담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 권고문을 토대로 ‘온 힘을 다해’ 노동개악을 완수하겠다고 선포했다. 이것은 노동자계급 전체를 겨냥한 전쟁 선포다.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부터 그리고 지역과 산업의 장벽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힘을 모아야 한다.


격주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2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