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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피로 만든 빵, 이윤에 눈먼 사회


  • 2025-02-23
  • 175 회
SPC에서 또 사고 났다. 제빵 공장 청년노동자가 사망한 지 8일 만에 그리고 SPC 회장이 고개 숙인 지 이틀 만에 또 다른 계열사 공장에서 노동자가 다쳤다. 23일 오전 6시 10분쯤 성남시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빵 상자를 옮기는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당했다.
이 사고는 회장의 형식적 사과와 약속, 정부의 땜질식 단속으론 문제를 조금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피로 만든 빵

10월 15일 06시 20분쯤, 23세 여성 제빵노동자가 제빵업계 1위 SPC의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 혼합기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사측은 2인 1조 근무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1일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장시간 노동을 시켰다. 고인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물량을 채우기 위해 바쁘게 일해야 했다.
이 공장에서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37명이 사고를 당했고, 그중 끼임 사고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도 사측은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30만 원짜리 거름망만 있었어도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 빨리빨리 이윤을 벌려고 기본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근처에서 노동자들에게 작업하라고 시켰다. 장례식장 빈소에 빵 상자를 두고 갔다. 피 묻은 작업장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피 묻은 빵을 기계처럼 먹으란 말인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니라 ‘돈벌이 기계’로 취급할 뿐이다.

피로 굴러가는 사회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9월 26일,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졌다. 10월 19일, 대우조선에서 하청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죽었다. 같은 날 원주 환경사업소에서 용역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10월 21일, 안성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이 붕괴해 이주노동자 3명이 죽고 2명이 크게 다쳤다. 10월 24일, 삼성물산이 맡은 월드컵대교 공사 현장에서 시설이 전복돼 50대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거제에서 원주까지, 전국의 수많은 현장이 죽음의 일터다.
올 상반기 산재 사망자만 해도 1,142명(질병 696명, 사고 446명)이다. 하루에 6명씩 산재로 죽고 있다. 이 사회는 노동자의 피로 굴러가고 있다.

이윤이 좋다는 윤석열

왜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가? 왜 안전시설이 없는가? 왜 부실시공이 이뤄지는가? 왜 2인 1조 근무수칙이 안 지켜지는가? 노동자 생명보다 자본가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땀을 마구 쥐어짜고, 노동자의 피를 최대한 빨아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윤극대화는 자본가들의 지상명령이기 때문이다. 이윤에 눈먼 사회에선 산재를 없앨 수 없다. 20일 윤석열은 “이윤도 좋지만,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윤 체제를 위해 생색내기만 하겠다는 뜻이다. 산재를 없애려면 노동자들이 나서서 이윤 체제를 없애야 한다.
물론 산재를 줄이려는 투쟁은 정당하다. SPC 불매운동의 확산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측에 결정타를 주고, 작업장 안전을 노동자가 통제하려면 현장 노동자들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8월에 기재부가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을 아예 삭제하거나 중대 산재를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제외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안을 냈다. 이런 정부에 힘입어 16명 급성중독 사고를 낸 두성산업이 중대재해법에 대해 위헌심판을 신청했다.
노동자가 아무리 많이 죽고 다쳐도, 이윤을 지키는 데만 혈안인 자본가들과 정부에 맞서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2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