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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사회 기생충들의 살인적 공격무기, 손배가압류를 끝장내려면


  • 2025-02-23
  • 167 회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 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에 고소고발에 구속에 해고까지.”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가 03년에 쓴 유서다. 20년이 흘렀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손해배상 폭탄

470억. 대우조선 하청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5인에게 자본가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이다. 1인당 94억 원으로, 월 200만 원 받는 노동자 5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거의 400년 동안 모아야 하는 엄청난 돈이다. 3,160억. 198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자본가들이 파업노동자에게 제기한 손배 폭탄 총액이다.
월급, 통장, 전세 보증금이 가압류되면 노동자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손배가압류로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일반인의 10배가 넘고, 자살을 생각한 사람은 14배 이상 높았다. 김주익 열사부터 쌍용차 30여 명까지 손배가압류는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손해배상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파업 봉쇄, 노조 파괴

이번에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 위원장을 맡은 김문수는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했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에선 거의 모든 파업이 불법이다. 자본가 배불리는 민영화에 맞선 파업도 불법이고, 저임금·고용불안을 강요하는 원청에 맞선 하청노동자 파업도 불법이다.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도, 교사·공무원 파업도, 파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점거파업도 불법이다. 효과적이면서도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법은 철저히 자본가 편이다.
노동자들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파업하면, 자본가들과 정부는 불법 파업이라고 낙인찍고 손배가압류를 때리며 잔인하게 보복한다. 자본가들은 “노조 탈퇴하면, 사직하면 손배가압류를 풀어주겠다”며 노동자들을 회유해 왔다. 손배가압류는 파업을 봉쇄하고, 노조를 파괴해 노동자를 맘대로 영원히 부려먹으려는 사회기생충들의 잔인한 공격무기다.

노란봉투법

모든 노동자는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할 자유를 완전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파업에 대한 모든 손해배상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손해배상 제한법)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손배가압류 금지가 아니라 손배 청구액의 상한선만 정하겠다고 한다. 지배계급이 거의 모든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고 있는데, “불법행위엔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과 자본가들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한 수준에서 ‘누더기 노란봉투법’을 만들려고 하는가?
2016년부터 노란봉투법이 발의됐지만, 민주당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일 때조차 이 법을 통과시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을 조금도 믿어선 안 된다.

손배 가압류를 끝장내려면

모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폐지하려면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이런 투쟁을 위해선 물가폭등에 맞선 임금 대폭인상, 정부의 공공부문 임금가이드라인 폐지, 하청·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인정, 모든 해고 금지, 필수유지업무제도 폐지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에 맞불을 놓으려고 전경련은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직장점거를 금지하라고 주문했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점점 더 깊어지는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죄다 떠넘기려 한다. 자본가계급의 공세에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2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