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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신당역 살인 – 여성을 억압하고 노동자를 무시하는 사회의 비극


  • 2025-02-23
  • 172 회
‘사회에서 여성 해방의 정도는 전반적 해방의 척도’라는 말이 있다. 여성의 처지를 통해 한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신당역 사건을 보면, 이 사회는 야만적이다.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은 입사 동기인 피해자에게 약 350차례나 일방적으로 연락했다. 불법촬영을 하다가 피해자에게 들키기도 했다. 스토킹과 불법촬영 건으로 9년을 구형받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해자가 2년 동안 외롭게 고통받다가 끝내 살해당했는데 이 사회는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끔찍한 여성억압

윤석열은 후보 시절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스토킹 피해 신고자 1만 3,097명 중 9,647명(73.7%)이 여성이다. 강간(97.1%), 강제추행(88.3%) 등 성폭력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번에 ‘연인’ 운운하는 문구를 썼다가 지운 조선일보를 비롯해 여러 매체가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클릭을 유도하며 여성 살해마저 상업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지난해 남녀 임금격차는 38%로 남성이 100만 원 받을 때 여성은 겨우 62만 원 받았다. 여성 고용률(51.2%)은 남성(70.0%)보다 훨씬 낮으며,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47.4%)은 남성(31.0%)보다 훨씬 높다. 임금과 고용에서 여성차별이 심각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육아 등 노동력 재생산의 책임을 개별 가정, 특히 여성에게 많이 떠넘기기 때문이다.
구조적 성차별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없다’고 부정하는 건 타조처럼 머리를 땅에 박고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와 그 파수꾼인 정부의 책임을 완전히 감추려는 것이다. 끔찍한 살해는 끔찍한 사회의 산물이다.

노동자 무시하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대책이랍시고 ‘여직원 당직 배제’를 내놨다. 이것은 여성노동자를 배려하는 조치가 아니라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이며, 이는 결국 여성 채용 기피로 이어질 뿐이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채용 면접에서 의도적으로 점수를 깎아 여성 지원자를 모두 탈락시켰다.
역 살해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주장하듯 2인 순찰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단 두 명이 전체 역 업무를 맡는 2인 근무반이 거의 40%에 이른다. 1인이 민원 등의 접수를 위해 역사를 지키면, 다른 1인이 홀로 순찰해야 한다. 10명 중 4명은 홀로 순찰하다가 스토킹범한테든 깡패 같은 취객한테든 사고당할 위험이 있다. 철도에도 2인 근무반이 많고, 심지어 코레일네트웍스엔 1인만 근무하는 역도 있다.
2인 1조 순찰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라고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정당하게 요구했지만, 사측은 20년 동안 묵살해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당역 사고 직후 인기를 끌려고 ‘2인 1조 순찰’을 SNS에 올렸다가 인력 충원이 어렵다고 판단해 금방 내렸다.

노동자가 살려면

윤석열 정부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고 임금·복지 축소는 물론 인력감축까지 날마다 부르짖어 왔기에 지하철에서든 철도에서든 인력을 쉽게 충원할 리 없다.
그런데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늘 그랬듯 오늘은 스토킹범한테 살해당하고, 내일은 깡패 취객한테 맞으며, 모레는 과로로 쓰러지고, 글피는 열차에 치이거나 감전당하는 등 숱한 비극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인력충원 등 노동자의 절실한 요구에서 물러설 수 없으며, 여성을 억압하고 노동자를 쥐어짜 굴러가는 이윤체제에 맞설 수밖에 없다. 완전한 여성 해방과 노동자 해방을 위해!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2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