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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물가 올라 못 살겠다! 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


  • 2025-02-23
  • 181 회
추석이 코앞인데 물가가 미쳤다. 장마와 폭우, 가뭄 등으로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고랭지 배추 10kg에 1만 6,740원, 무 20kg에 2만 3,440원으로 1년 새 80~90% 가까이 뛰었다.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대형마트 기준으로 40만 원이나 든다.

추석 직후 신라면 가격이 11%나 올라간다. 농심은 새우깡 등 스낵 23개에 대해서도 평균 5.7% 올리기로 했다. 3월에 올렸는데, 6개월 만에 또 올리는 것이다. 햄버거와 피자 가격도 오른다. 10월엔 도시가스, 전기료가 올해 세 번째로 또 오를 예정이다. 택시요금도 오르며, 내년 직장인 건강보험료도 오를 전망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고 있다.

물가가 뛰면 노동자의 삶은 추락

너무 비싸 반찬 해먹기 무서워 밥과 김치만 먹고, 계란도 비싸 우유로 하루를 버티며, 하루 평균 식비로 1인당 8,600원을 쓰는 빈곤층도 적지 않다. 이런 빈곤층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외롭게 투병하다가 수원 세 모녀처럼 쓰러지고, 폭우가 쏟아지면 신림동 세 모녀처럼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소득 하위 20%는 가처분 소득의 3/4을 식비·주거비·교통비 등 필수생계비에 써야 하는 반면,
넘쳐나는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가 고민인 자본가·부자들도 많다.

빈곤층이 아닌 노동자라도 물가가 폭등할수록 생활수준이 떨어진다.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을 1.4%로 묶었다. 네이버나(10%) 삼성전자처럼(9%) 대폭 올려야 할 판에 1.4%라니? 가만히 있으면 노동자는 점점 더 빈곤해진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노동자들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가 물가폭등에 맞서 싸우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선 7월 기준으로 물가가 71%나 폭등해, 노동자들이 ‘물가는 뛰는데 제자리에 머문 채 사망한 월급’을 추모한다며 모의 장례 형식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영국에선 물가가 13%나 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에 지쳤다”며 줄파업을 벌이고 있다. 6월에 파업했던 영국 철도해운노조 4만 명은 8월 18일, 20일 파업해 철도 운행 80%를 중단시켰다. 19일엔 런던지하철과 버스노조도 파업했다. 영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의 노동자 2천명도 21일부터 8일간 파업에 들어갔다.

아직 약하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임금인상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9월 1일 전국 건설현장에서 일손을 놓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6개 경기도의료원 노동자들도 인력충원과 7.6%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9월 1일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도 사측의 1.4%를 거부하고 6.1% 임금인상 등을 내걸고 9월 16일 파업하겠다고 했다. 자본가 언론들은 이 파업 예고에 ‘귀족노조 이기주의’, ‘화이트칼라의 타락’이라며 비방했다. 하지만 물가폭등으로 실질임금이 삭감당해도 가만히 있으라고 주문하는 것이 바로 “자본가계급의 이기주의이자 타락”이다.

임금을 올릴 돈은 충분히 있다

자본가, 정부, 보수언론이 ‘집단이기주의’ 운운하는 건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12조를 벌었다(지난해 대비 216% 폭등). 기름값을 올릴 땐 왕창 올리고, 내릴 땐 찔끔 내리면서 배를 불렸다. 음식 앱 배달시장의 97%를 장악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는 올해 수수료를 최고 27%나 올리면서 폭리를 취했다. 10대 재벌의 지난해 사내유보금은 906조원으로, 1년 새 35조 원이나 늘었다.

임금 올릴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다. 재벌 곳간엔 돈이 가득하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으로 재벌의 배불리기를 도우면서, 노동자들의 허리만 졸라 왔다. 물가폭등에 맞서 임금을 대폭 올리려면 자본가들과 정부에 맞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일어서야 한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2년 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