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기후 재난: 이윤 체제의 한계가 분명해지다
115년 만의 최대 폭우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겼다. 신림동 반지하에서 살던 가족 3인이 사망했고, 쓰러진 가로수를 수습하던 동작구청 노동자가 전선에 감전돼 목숨을 잃었다. 지하철 역사와 선로에 물이 들이차면서 지하철 대란도 발생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자연재해인가?
전문가들은 수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폭우, 폭염, 가뭄, 산불 등 기후재난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따라서 이번 폭우가 예상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었던 건 아니다.
과학기술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인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는 경제위기, 불평등, 굶주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 폭우 같은 기후재난도 해결할 수 없다.
이번 폭우의 주요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증발해 비를 뿌릴 수 있는 구름이 많아졌다. 그런데 서울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까지 더위가 극성이었고, 서울에서 폭우가 쏟아질 때 제주 등 남부지방에선 폭염과 가뭄이 심했다. 이렇게 덥고 메마르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과 가뭄으로 수증기가 계속 쌓여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계, 공장, 빌딩 같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하고, 이윤 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이 감축을 기업의 자발성에 맡기고 있다. 그리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이 제도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니지만 친환경인 척하는 것)을 돕는 기업 후원 정책일 뿐이다.
다른 나라들도 말로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할 뿐, 자본가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강력하게 실행할 의지는 전혀 없다.
반지하방만 없애면 되는가?
폭우가 쏟아질 때 이번처럼 반지하방은 침수당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시가 반지하방을 없애겠다고 선포했다. 반지하방을 새로 짓지 못하게 하고, 기존 반지하방은 용도를 전환해 더 이상 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엔 20만 가구가 넘게 반지하에 살고 있다. 이들이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반지하에서 떠나야 한다면 옥탑방, 고시원 등으로 내몰릴 것이다. 위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옮겨질 뿐이다. 옥탑방에서 폭염으로 더 고통받거나 닭장 같은 고시원에서 화재 참사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주하면, 서울시가 월 8-10만 원 정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상층 월세가 매우 비싼데 그 돈으로 어딜 가겠는가? 공공임대주택 이주도 지원한다지만, 공공임대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탈출하게 하려면,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아주 많이 지어야 한다. 양질의 주거공간을 제공하지 않은 채 반지하방만 없애겠다고 하는 건 생색내기일 뿐이다.
진정한 해결책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지구온난화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는 자본주의 아래선 해결하기 어렵다. 이윤 추구가 탄소 감축을 한사코 가로막기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도 자본주의 아래선 이윤욕에 오염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다른 미래는 가능하다. 최대 다수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집단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경제를 재조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본가들의 지배를 끝장낼 때만 가능하다. 노동자계급만이 이런 전망을 위해 싸울 수 있다. 왜냐면 노동자계급은 착취, 사적 이윤, 경쟁에 기초한 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없는 유일한 계급이기 때문이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2년 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