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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강제동원 면죄부: 중국 겨냥한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길목


  • 2025-02-27
  • 183 회

일본 정부가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말까지 지어내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강제동원 기업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뻔뻔하게 주장해 왔는데,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줬다. 포스코, 한국철도공사, KT를 비롯한 국내기업 등이 돈을 내 ‘3자 변제’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미래를 위해 결단”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굴 위한 어떤 미래인가?


피해자는 “죽어도 반대”, 자본가들은 “크게 환영”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 안 받겠다”고 거듭 밝혔으므로,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해 결단한 건 결코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마찬가지로, 피해 노동자들을 내팽개치고 짓밟았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일본 강제동원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 판결도 무력화했다. 그런데 6개 자본가단체가 “크게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대법 판결 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이번 조치로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수출규제 해제로 한국 기업들이 이익을 얻는다 해도, 그것이 곧 노동자들의 이익은 아니다. 한일 자본가들의 협력 강화는 고물가도, 저임금도, 인력부족과 고강도 노동도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을 가속화할 것


오히려 이번 조치는 노동자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긴장이 훨씬 더 고조될 것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고 압력을 강하게 넣었다. 미국은 겉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하면서 미중 갈등에서 미국의 패권을 지키려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실무그룹에 한국 정부가 빠르게 참여하려 하고 있다. 또한 한미 양국은 주로 중국을 겨냥해 ‘한미일 확장 억제 협의체’도 만들려고 한다. 게다가 한미연합훈련을 3월 13일부터 11일간 쉼 없이 벌이면서 참수 작전(유사시 북한 지휘부 제거 훈련)과 점령 훈련까지 펼친다.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미군의 전략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북한은 물론 중국을 상대로 무력을 과시한다. 훈련 막바지엔 일본의 해상 자위대도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적 기지 공격능력’을 갖추고, 군비를 대폭 늘리며 유사시에 한반도에 진출하려는 야욕도 드러내고 있는데, 한미일 동맹 강화는 이런 야욕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북중러를 결속시키면서 두 진영의 대립을 가속화할 것이다. 대만, 남중국해, 반도체 문제 등 여러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해 왔는데,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이 격해지면 한반도와 동북아 전쟁위기는 크게 고조될 수밖에 없다.


“주적은 국내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고물가, 난방비 폭탄 등이 보여주듯, 열강의 패권경쟁은 세계경제를 더 망가뜨리고 노동자의 삶을 더 위협한다. 미중 갈등,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격화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고 목숨까지 위협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1차 대전 때 독일 혁명가 리프크네히트처럼 “주적은 국내에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며, 윤석열 정부와 한국 자본가계급에 맞서야 한다. “이완용과 뭐가 다르냐?”며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지만, 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을 통해 “과거는 건드리지 않고”, 일본 제국주의와 “파트너십”을 맺으려 했던 민주당으로부터도 독자성을 확실하게 견지해야 한다.

나아가 미중 갈등,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에서 어느 한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배자로부터 독립하고 세계 노동자들과 단결해 노동착취와 침략전쟁의 뿌리인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