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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핵 오염수 방류 – 먹방 쇼로 불안을 잠재울 순 없다


  • 2025-02-27
  • 185 회

결국 일본 정부가 핵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최소 30년 동안 134만 톤 넘게 방류할 예정이다. 한국에선 불안감 때문에 소금, 김, 멸치 등에 대한 사재기도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수산물 먹방' 쇼를 하면서 불안을 잠재우려 한다. 사람들의 불안은 근거 없는 공포인가?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


원자력안전위원을 지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노심용융이 일어나면 방사성 물질이 1천종 가까이 생겨나는데도,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보관 탱크 안에 어떤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안전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려고 엉터리 자료만 제시해 왔다. 이는 가습기살균 사망 때 가습기 제조사가 안전 운운한 것과 같다. 일본 안에서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60%에 이른다.

백도명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수상생물의 이동을 통한 방사성 물질 확산을 막겠다며 원전 주변을 가두리 양식장처럼 그물로 막고 있지만) 아주 작게는 플랑크톤까지, 해당 지역의 오염 때문에 먹이사슬 구조가 무너져 다른 바다로 옮겨가는 작은 생물종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먹이사슬을 통해 참치 등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돼 우리 식탁에 오를 수도 있다. 그래도 돈 많은 자본가들은 보다 안전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겠지만, 가난한 노동자 민중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는 것도 기만이다. 매우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돼도 그에 비례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염수를 시멘트·모래 등과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방법, 가열해 스팀화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다른 대안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거부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새 이지스함 건조 계획을 밝혔는데 한 척에 4조 원가량 든다. 이 돈이면 핵 오염수를 훨씬 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서둘러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데에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있다(여기서 나오는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도 만들 수 있다). 사고가 여러 번 나서 그동안 가동하지 못했는데 오염수 방류 다음날인 8월 25일, 6년 만에 재가동했다. 이곳에서 나올 폐기물은 어마어마한데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전례로 삼아 로카쇼무라 오염수도 바다에 방류하려 할 수 있다.


우리의 건강도 생명도 안중에 없는 자들


바이든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적극 지지해 일본 정부가 핵 오염수 방류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면죄부를 줬던 것처럼 핵 오염수 방류에 면죄부를 줘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 것이다.

그런데 한미일 동맹은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우리의 생명도 위협한다. 이번 8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준 군사동맹이 출현했다. 대만,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이 갈등하면 한국과 일본도 거의 자동으로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외교의 꿈이 실현됐다’고 표현했다.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쿼드(미국·인도·호주·일본)에다 한미일 동맹까지 덧붙여 중국을 제압하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미일 동맹 강화는 북중러의 동맹 강화와 동북아 군사긴장 고조로 반드시 이어진다. 

어느 쪽 지배자도 노동자 민중의 생명과 안전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윤석열 정부에 단호하게 맞서고,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어민 등 타국 노동자 민중과 연대해야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8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