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인데도 7월 29일 서울 정부청사 앞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교사 3만 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자기 문제처럼 가슴 아파하고 분노했다. 왜 학교는 청년교사에게 참교육의 무대가 아니라 절망의 무덤이 되어버렸는가?
업무폭탄, 학교폭력과 학부모 갑질
숨진 A교사는 일기장에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 + ○○(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고 적었다. 교사는 많은 학생을 상대로 수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온갖 행정업무도 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의 경우엔 생활지도의 부담도 더 크다. 이런 업무 과부하가 매우 고통스러워, 많은 교사가 한 학급을 20명 이하로 줄이고, 교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구장창 외쳐 왔지만 역대 정부는 이를 거부해 왔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교사 정원을 감축하려 해왔다.
A교사의 반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이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해 A교사는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다른 교사들도 이런 문제를 많이 겪고 있다. 전교조가 교사 1만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적응 학생 생활 지도’(95.5%), ‘과중한 업무’(87.1%), ‘학교 공동체의 지지 부재’(84.1%),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81.6%) 등이 교육활동 중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학교폭력, 부적응 학생, 학부모 갑질은 학교가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입시경쟁이 판치고, 행복이 성적순이며 교육이 획일적인 학교에서는 부적응 학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불평등과 차별,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선 학교 폭력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A교사는 학교폭력 민원을 담당하면서 “내가 △△아빠인데, 나 변호사야”,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강남의 지배 엘리트 학부모는 교사를 ‘자본가가 노동자 부리듯’ 마음대로 부리려 하고 인격까지 모독한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대립?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져 이번 비극이 발생했다고 우기며 이참에 학생인권조례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다. 윤석열이 대표적이다. 그는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를 개정하라”고 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도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인권은 파이 나누기가 아니다. 여성노동자의 권리가 늘어난다고 해서 남성노동자의 권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가 자본가와 정권에 맞서 싸울 때 모든 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학생 인권이 늘어난다고 해서 교사의 권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교사가 단결해 학급 정원을 20명 이하로 제한, 교사 인력 충원, 입시교육 철폐 등을 위해 싸울 때 학생 인권과 교사의 권리를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현대판 마녀사냥에 맞서자
이번 비극 이전에도, 극우단체들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 등을 문제 삼으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 했다. 극우단체와 윤석열 정부는 이번 비극을 악용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려고 한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피지배자들을 서로 분열시키는 지배전략이었듯,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공격도 학생과 교사들을 서로 분열시키는 가증스런 지배전략이다.
자본주의 학교는 전인적 인간 양성이 아니라 소수 자본가계급과 다수 노동자계급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이런 학교는 공장, 감옥, 군대와도 많이 닮아 억압과 차별, 폭력과 맹목적 분노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교사와 학생의 자살과 폭력, 학부모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야만의 자본주의 학교와 야만의 자본주의 체제를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당장은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제한, 교사 인력 충원, 입시교육 철폐 등을 내걸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싸우고 수많은 노동자가 연대해야 한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8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