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의사 파업과 윤석열 정부 모두 공공의료는 내팽개치고 있다


  • 2025-03-05
  • 184 회

의사.jpg

※ 사진 설명: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들이 2월 27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공공병원 및 필수‧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대정원 확대를 요구했다.(사진 출처_경향신문)

 


2000명 의대 증원에 맞선 의사파업이 한 달 넘었다. 정부가 5일부터 전공의들에게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지만, 8일 기준으로 전공의 93%가(1만2천명) 여전히 파업에 참여할 정도로 의사들의 반발도 강하다.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죽거나, 산모와 아이, 지역 주민들이 의사 찾아 삼만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국가는 평균 3.7명인데 한국은 2.6명으로 매우 적어 거의 꼴찌다. 게다가 서울과 지역의 편차는 매우 크다. 지방의료원에서 연봉 3억 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지역의료 공백은 심각하다. 인구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걸 고려하면 의사는 더 많이 필요하다.

파업하는 의사들은 필수의료(응급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와 지역의료 공백은 진료에 대한 보상이 적은 것이 문제이므로, 수가를 올리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년간 이렇게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의료수가를 올리면 건강보험 재정이 더 축나고, 건강보험료도 인상해야 할 것이므로 노동자 민중의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의사들이 수익성만 따지는 시장논리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을 지지할 순 없다.


하지만 숫자만 늘려선 의료공백 해결 못한다


의대 증원은 필요하지만, 늘리는 것 자체보다 어떻게 늘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한테 기대할 건 전혀 없다. 2023년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는 겨우 2.8%였지만 정형외과는 355.6%에 이르렀다.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돈 잘 버는’ 인기과목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해도, 지금처럼 모든 걸 시장에 맡기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백은 여전히 심각할 것이다.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답이 될 수 없다. 지역 의대에서 공부하고 지역에 남아 몇 년간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제’는 기존에 있던 공중보건장학제도와 비슷하다. 장학금을 줄 테니 지역에 남아 근무하라는 것인데, 2022년에 의대생은 한 명만 신청했다. 이처럼 개인의 자율 신청에 맡기는 시장의료 정책으론 지역의료 공백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민간병원 95%, 공공병원 5%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확 고쳐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안에는 공공의대 설립, 공공병원 확충 같은 의료공공성 강화방안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공공의료를 축소해 왔다. 지난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울산의료원과 광주의료원 설립을 무산시켰다. 노인 등 돌봄 대상자들이 요양병원에 들어가지 않고 주택지원, 방문진료 등 보건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의 2023년도 예산을 전년 대비 80%나 삭감했다.


공공의료 강화가 대안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2000명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화물연대를 탄압해 재미를 봤으므로,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노려왔던 3대 개악(노동, 연금, 교육)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해 모든 노동자 민중이 의료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으려면,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대폭 늘리고 그곳을 충원할 수 있는 공공의대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의대는 경찰, 소방관처럼 의사를 공무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자본가, 부자들에게 감면해준 세금만 되찾아도 공공의료 강화 재정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절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때 잘 드러났듯, 민주당도 공공의료 강화를 진지하게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의료 강화는 ‘이윤이 아니라 건강’이 중요하다고 진실로 믿는 보건의료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가 얼마나 단결해서 싸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