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1심 재판부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전체에 걸쳐 이재용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유전무죄, 재벌 봐주기의 끝판왕이다.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재용은 삼성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와달라고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86억 원을 뇌물로 줬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 뇌물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며 유죄를 확정했는데, 이번 무죄 판결은 그 대법 판결마저 무시했다.
자본가들의 하수인인 법조계
이재용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은 부르주아 법조차 무시한 파렴치한 과정이었다.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주식을 4%가량 보유한 2대 주주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했는데, 이는 ‘새우(제일모직)가 고래(삼성물산)를 잡아먹는 격’이었다. 이 합병 과정에서 거짓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시세 조종 등의 불법행위가 수차례 일어났는데, 1심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모두 무시했다.
이번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 논리는 어처구니없다.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만’을 목표로 두 회사를 합병한 것이 아니므로 부당합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범죄를 저질러도 그 범죄에 다른 요인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죄가 사라진다는 것인가?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면 왜 두 회사를 그토록 어이없게 합병했는지를 재판부는 명확히 밝히지도 못했다. 재판부는 대자본가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억지논리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돈이 있으면 ‘무죄 궤변’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자본가세상에서 ‘법’이란 ‘자본가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일 뿐이며, 법조계는 자본가계급의 법적 하수인일 뿐이다.
부자언론들은 대한민국 간판기업 삼성을 성장시키려면 당연히 이재용을 무죄 판결해야 했다고 변호한다. 그런데 삼성반도체, 삼성전자 TV, 세탁기, 냉장고를 만들고 수리한 건 모두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 심지어 목숨으로 삼성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이재용 같은 범죄자는 감옥에 보내야 하며, 하청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삼성노동자의 임금, 복지, 고용, 노동조건 등을 모두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사법농단에 면죄부
1월 26일엔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혐의를 통째로 무죄 선고했다. 그리고 2월 5일 양승태 밑에서 사법농단 행동대장을 맡은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서도 핵심 혐의를 무죄 선고했다.
양승태는 박근혜 정부와 교감하면서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개입했다. 강제동원 노동자들은 최소 20만에 이르는데, 양승태의 사법 농단 때문에 5년이나 판결이 지연됐다. 당시 양승태는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수차례 만나 재판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KTX 승무원·쌍용차 해고 판결, 통합진보당 판결 등 다른 재판에도 개입했다.
그런데 법원은 양승태가 재판에 개입한 건 맞지만 ‘권한이 없으니, 남용도 없다’는 궤변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개입할 권한이 없는데도,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한 것 자체가 범죄 행위다. 양승태 무죄는 ‘유권 무죄(권력이 있으면 무죄)’의 전형이다.
정치적 반동화
지배자들에 대한 잇따른 무죄 판결은 이 사회에서 정치적 반동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경제위기가 깊어질수록 자본가들과 정부의 유착도 깊어진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와 기업은 원팀(One Team)'이라며, 자본가 규제 완화, 노조 탄압, 노동시간 연장 등에 열을 올려 왔다. 마찬가지로 법조계도 이재용 무죄, 연속 ‘밤샘 노동’도 합법화한 대법 판결에서처럼 자본가들의 하수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에 문재인 정부가 이재용을 가석방으로 출소시켜줬던 것처럼 민주당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재용, 양승태 같은 지배자들을 단죄하고,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단호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이 사회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모든 서비스를 공급하는 노동자들이 막강한 자기 힘을 자각하는 것!
철도 현장신문 1면 사설, 2024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