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11월 6일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달아나는 가자지구 아이들(사진 출처_Mohammed Abed/AFP)
“40채 이상의 집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이웃에서 놀고 있었는데 변을 당했다.” “수백구의 새까맣게 탄 시체들과 부상자들이 아직 [병원] 바닥·복도·홀 곳곳에 있다.”
가자지구에 쳐들어간 이스라엘군이 육해군 통합작전으로 북부 난민촌을 3일 연속 폭격하면서 이런 생지옥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일 기준으로 1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4,104명이 아동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조차 “가자지구 폭격은 대량학살”이라고 항의하며 사직서를 내고, 유엔 사무총장조차 “가자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영구 난민화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 성향 장관은 “가자지구에 핵폭탄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 혐오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파장이 커지자 이스라엘 총리 네탸냐후는 그를 모든 각료회의에서 배제하겠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군은 비전투 인력의 피해를 회피해야 한다는 국제법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난민촌 공격에서 알 수 있듯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금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난민 수십만 명을 일시 수용하도록 이집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전쟁을 이용해 가자지구 250만 주민을 영구 난민화하려는 술책일 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일단 임시 수용소로 내몬 다음 이집트 시나이 북부로 영구 추방한다고 계획을 세운 것이 최근 들통났다.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민족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에서 11월 4일 수천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네타냐후 정부는 전쟁을 벌이며 ‘국민통합’을 강조하지만, 지지율은 18%에 그치고 있다.
권력을 더 확고히 틀어쥐기 위한 사법 개악에 맞서 올해 1월부터 이스라엘에선 매주 토요일마다 수만, 수십만 명이 시위를 벌여왔다. 이 시위는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하루아침에 보류됐지만, 전쟁 한 달 후인 지금 반정부 시위가 다시 소규모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설사 네타냐후가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실권은 군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억압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잔인한 인종학살은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을 절대 지킬 수 없다.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를 절멸시키기도 쉽지 않겠지만, 하마스를 절멸시킨다고 가정해도 팔레스타인과 중동에서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을 절대 끝낼 수 없다. 오히려 인종학살은 팔레스타인과 중동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민족은 자유로울 수 없다. 팔레스타인을 해방시켜야, 이스라엘의 유대인도 해방될 수 있다.
인종학살과 침략전쟁을 끝내려면
헤즈볼라, 이란이 당장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것 같지 않다. 이란과 가까운 중국도 중동이 더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전쟁에는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지금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1차 대전, 2차 대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마찬가지로 3차 대전으로 가는 하나의 길목일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 이집트, 알제리,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가자지구 학살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운동은 더 커져야 한다. 하지만 인종학살과 팔레스타인 억압을 끝장내려면, 중동 석유와 세계 패권을 위해 이스라엘을 경비견으로 내세워 중동을 분할지배해온 제국주의 질서를 끝장내야 한다.
그러려면 한 민족을 다른 민족과 대립시키면서 자기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모든 민족주의 지배자들에게 휘둘리지 않은 채, 세계 노동자계급이 단결해야 한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11월 8일)